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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과 강남, 장터의 온도 차: 수유·미아사거리·방이·도곡 시장 탐방기

by 시장 상인 다복 2025. 7. 25.

서울 송파구 소재 방이시장 관련 이미지

변화하는 서울, 시장이 지닌 서로 다른 결

  서울이라는 대도시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이 소비를 주도하는 공간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거대한 유통망 속에서도 전통시장은 여전히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강북과 강남이라는 지역 구분은 단순히 지리적 차이에 그치지 않고, 시장의 구조와 분위기, 고객층의 성향에도 뚜렷하게 반영됩니다. 강북권의 수유시장과 미아사거리시장은 주민 생활과 맞닿아 있는 전형적인 생활형 시장으로 자리 잡았고, 강남권의 방이시장과 도곡시장은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 속에서 새로운 활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서울이라는 동일한 도시에 속한 시장들이 어떻게 서로 다른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수유시장: 노포와 단골 문화가 살아 있는 생활형 장터

  강북구 수유동에 자리한 수유시장은 지하철 4호선 수유역과 인접해 있어 교통 접근성이 좋은 시장입니다. 규모는 대형 전통시장에 비해 크지 않지만, 반찬가게, 두부가게, 채소와 과일 가게가 골목마다 밀집해 있으며, 계절마다 달라지는 제철 식재료가 활기를 더합니다. 여름에는 열무물김치, 동치미, 오이냉국 같은 시원한 반찬류가, 겨울에는 순대국과 곰탕 같은 따뜻한 국물 요리가 큰 인기를 얻습니다. 특히 이 시장의 특징은 “이 집 건 믿을 수 있다”라는 단골 중심의 신뢰 관계가 거래의 핵심이라는 점입니다. 주민 대부분이 특정 가게를 꾸준히 찾으며, 신뢰와 경험이 소비를 이어갑니다.

  또한 수유시장은 오래된 노포와 먹거리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옛곰탕집’은 깔끔한 곰탕 국물 맛으로 이름을 알렸고, 백만전백화점 전집 거리에서는 김치전, 수수부꾸미 등 다양한 전을 직접 부쳐내 손님들에게 제공합니다(Esquire, 2023). 최근에는 다온칼국수수유 황주집이 포털 맛집 추천에 자주 오르며, 전통시장과 외식 명소가 함께 성장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Trip.com, 2025). 이처럼 수유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의 식탁과 일상에 직접 연결된 생활 기반 상권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미아사거리시장: 좁지만 진하게 살아 있는 시장의 밀도

  성북구 미아사거리역 인근에 위치한 미아사거리시장은 대형 전통시장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밀도 높은 상권을 형성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반찬가게, 생선가게, 분식집이 골목마다 촘촘히 배치되어 있어 쇼핑 동선이 짧고 효율적입니다. 시장을 한 바퀴만 돌아도 필요한 생필품을 대부분 구할 수 있어, 인근 주민들에게는 생활 편의성이 높은 공간으로 인식됩니다. 여름철에는 냉국, 된장국 재료, 냉면용 고기류 같은 계절 품목이 인기를 끌고, 분식 매장에서는 쫄면, 김치전, 튀김우동이 시장의 대표 먹거리로 자리잡았습니다.

  이 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상인과 손님 간의 짧지만 깊은 대화입니다. “지난번 고등어 괜찮았어요?”라는 안부 인사가 자연스러운 거래로 이어지고, 김치 담그는 팁이나 제철 요리법 같은 생활 지식이 오가기도 합니다. 이런 풍경은 미아사거리시장이 단순한 거래소가 아니라 지역 생활의 교류 공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주변에는 대학가와 다세대 주택이 혼재해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찾지만, 전체적으로는 실속을 중시하는 중·장년층의 비중이 두드러집니다.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체에 흐르는 생활의 리듬은 진하고 단단하며, ‘작지만 강한 시장’이라는 평가가 붙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방이시장: 청년 상인과 전통이 공존하는 강남권 활력 공간

  송파구 방이동의 방이시장은 약 240여 개 점포가 밀집해 있는 골목형 종합시장으로, 상인의 약 70%가 수십 년째 가게를 이어온 터줏대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송파구청 문화관광, 2024; VisitKorea, 2024). 전통적으로 찹쌀순대, 떡볶이, 튀김류 같은 분식이 명성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청년 상인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감각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시장 곳곳에는 강정 전문점, 수제버거 가게, 퓨전 분식 부스가 생겨나면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방이시장의 대표 맛집으로는 순대국 전문점 큰맘할매순대국, 닭발 요리로 알려진 닭발인생, 그리고 흑미밥과 7첩 반상을 제공하는 강원도 청국장이 있습니다(봉봉피아 블로그, 2024). 특히 청국장은 가성비와 정성으로 언론 기사와 블로그 후기에 여러 차례 소개되었습니다. 또한 방이시장은 야시장과 축제 행사로도 유명합니다. 여름철에는 망고 빙수, 아이스크림 호떡, 회오리감자, 에이드 음료 같은 젊은 층 취향의 간식들이 등장하며, SNS를 통한 바이럴 효과가 크게 나타납니다(Weekly Seoul, 2023).

  송파구는 이 시장을 디지털 전통시장 육성사업 대상지로 선정하여 온라인 주문과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문화일보, 2023). 이는 전통시장이 단순히 오프라인 거래에 머무르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과 연결되어 경쟁력을 확보하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방이시장은 전통성과 혁신성이 동시에 작동하는, 강남권 시장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줍니다.

도곡시장: 소형화 속에서도 단단히 자리잡은 생활형 장터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도곡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주거 밀집 지역 한가운데에서 꾸준히 운영되는 생활형 시장입니다. 이곳은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슈퍼가 인근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선 채소와 과일, 반찬, 떡집, 생선가게가 일정 규모를 유지하며 고정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주요 소비층은 중산층 이상의 주부와 고령자 1인 가구로, 가격보다 품질과 신뢰를 중시하는 구매 성향이 뚜렷합니다.

  특히 도곡시장은 ‘소량 포장’과 ‘맞춤형 판매’로 유명합니다. 김치와 국거리를 1회분 단위로 포장하거나, 과일을 소량으로 묶어 판매해 1~2인 가구에도 적합한 소비 패턴을 제시합니다. 여름철에는 직접 담근 백김치, 물김치, 도토리묵, 콩국 등이 손글씨 안내문과 함께 판매되는데, “오늘 만든 것”, “방부제 무첨가”라는 문구는 신뢰를 더하는 상징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도곡시장은 외부인 방문은 적지만, 지역 주민에게는 ‘집 앞 생활 인프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양재천 산책로와 매봉산 둘레길 같은 생활 동선과도 자연스럽게 연계됩니다. 인근에는 오리지널 팬케이크 하우스 도곡점 등 유명 식당이 있어 시장과 주변 상권이 함께 기능하는 구조를 보여줍니다(양재천 맛집 기사, 2021).

서울 네 시장이 전하는 공통된 메시지

  서울의 전통시장은 더 이상 과거의 흔적만 남은 공간이 아닙니다. 수유시장은 노포와 단골 문화로 생활의 신뢰를 보여주고, 미아사거리시장은 작은 규모에도 밀도 있는 교류가 살아 있습니다. 방이시장은 청년 상인과 디지털 전환을 통해 변화에 대응하며, 도곡시장은 조용하지만 신뢰와 품질 중심으로 지역 주민과 단단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네 곳은 서울이라는 대도심 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공통적으로 시장이 지역 생활과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증명합니다. 전통시장이 쇠락한 공간이라는 인식은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이며, 이제는 변화와 적응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시장들은 오늘도 그 자리에 서서, 도시의 하루하루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