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온 도시형 장터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이 소비 문화를 주도하는 시대라 해도, 전통시장은 여전히 도시 생활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과거처럼 단순한 장보기 공간에 머물지 않고, 현대화 사업과 지역 특화 전략을 통해 변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양 중앙시장, 성남 모란시장, 부천 자유시장은 그 대표적 사례로, 각각 도심형 생활 상권, 장날 중심 대규모 장터, 생활 밀착형 소형 시장이라는 모델을 보여주며 수도권 전통시장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안양 중앙시장: 도심형 생활 상권과 청년 창업의 무대
안양 중앙시장은 1970년대 초반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된 이후 지금까지 반세기 넘게 이어진 시장입니다. 약 300여 개의 점포가 입점해 있으며, 안양역과 1번가 상권과 연결돼 안정적인 유동 인구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은 생활필수품, 채소·과일, 생선, 소형가전, 의류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면서도 분식·칼국수·수제 어묵 등 먹거리 골목을 형성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습니다.
안양시는 중앙시장을 대상으로 꾸준히 현대화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아케이드 개선, 간판 정비, 전기·소방 설비 개보수 등이 진행되었으며, 2024년에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어 총 9억 원대 예산이 투입되었습니다(“안양중앙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 비전 선포”, 2024). 전광판 안내 시스템이 설치되어 상점 안내와 홍보에 활용되고 있으며, 상인회와 지자체가 협력해 관리·운영하는 체계를 갖추었습니다(“제175회 행정사무감사 회의록”, 2010).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청년 창업 유치입니다. 시장 내 일부 구역은 청년 점포 전용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 젊은 창업자들이 분식 카페, 디저트 가게, 공방형 매장 등을 운영하며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언론 기사와 블로그에서는 시장 내 떡볶이·튀김 전문점, 칼국수 맛집 등이 자주 소개되며, 단순 전통 먹거리를 넘어 현대적 감각을 반영한 메뉴도 등장하고 있습니다(“안양중앙시장 맛집 TOP 5”, 2023). 이러한 변화는 전통시장이 단순히 과거의 공간이 아니라 청년 세대와 함께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임을 보여줍니다.
성남 모란시장: 장날이 살아 있는 경기 남부의 거대 장터
성남 모란시장은 경기도를 대표하는 5일장 시장으로, 매월 날짜 끝자리가 4 또는 9로 끝나는 날마다 장이 열립니다. 즉, 매월 4일·9일·14일·19일·24일·29일이 장날이며, 이때는 1,000여 개의 상설 점포 외에도 200여 개 이상의 임시 노점이 더해져 시장 일대가 인파로 가득 찹니다(“모란 민속5일장 안내”, 2024). 농수산물, 건어물, 축산물, 생활용품은 물론 약초와 애완조류까지 다양한 품목이 거래되며, 수도권 최대 규모의 민속장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장날에는 단순히 물건을 거래하는 것을 넘어 시장이 축제 같은 공간으로 변모합니다. 특히 모란시장 먹거리촌은 손칼국수, 호떡, 핫도그 등 서민적이고 푸짐한 먹거리로 잘 알려져 있으며, 관광객과 방문객들이 줄 서서 찾는 명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모란 민속 5일장 먹거리 소개”, 2023). 교통 접근성도 뛰어나, 지하철 8호선과 수인분당선 모란역 5번 출구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어 방문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한국관광공사 관광정보”, 2024).
모란시장은 과거 축산물 유통과 관련한 위생 논란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성남시가 아케이드 개보수, 공영주차장 확충, 노점 정비 등 정책을 통해 위생과 법규 기준을 충족하는 구조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도 모란시장을 ‘광역 시장’ 유형으로 분석하며, 장날 중심의 전통 장터가 여전히 도시 생활 속에서 의미 있는 경제·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정기시장의 구조와 기능 변화 연구”, 2018). 이처럼 모란시장은 장날 문화의 계승과 현대적 관리 체계가 공존하는 사례로, 전통시장의 미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부천 자유시장: 생활 밀착형 소형 시장의 지속 가능성
부천 자유시장은 부천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생활 밀착형 시장으로, 1970년대 중반 형성된 이후 지금까지 원도심 상권의 중심 역할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006년 인정시장으로 지정된 이 시장은 현재 약 312개 점포, 500여 명의 상인이 활동하며 총 면적은 8,772㎡입니다(“부천 자유시장 전통시장 안내”, 2024). 규모는 대형 시장에 비해 작지만, 생활 필수 소비 품목에 특화되어 있어 지역 주민들의 단골 기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유시장의 가장 큰 강점은 실용성과 재구매율입니다. 채소, 과일, 생선, 김치, 반찬, 건어물, 조미료 등 실생활과 직결되는 품목이 주를 이루며, 특히 반찬류와 김치류는 오랫동안 지역민의 신뢰를 받아왔습니다. 언론 기사에서도 자유시장은 “실속 있는 장보기 공간”으로 소개되며,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과 친근한 상인 문화가 강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부천 전통시장 기획보도”, 2023).
부천시는 자유시장을 대상으로 아케이드 지붕 교체, 전기 설비 보완, LED 간판 교체 등 시설 현대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며, 청년 상점 유치와 SNS 홍보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장 문화의 날’ 행사 등을 개최해 전통시장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자유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회전율이 높고 상인·고객 간 신뢰가 두터운 구조를 통해 소형 전통시장의 지속 가능 모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세 시장이 제시하는 미래 모델
안양 중앙시장은 도심 접근성과 청년 창업을 결합한 도심형 생활 상권 재생 모델입니다. 성남 모란시장은 장날과 대규모 복합 상권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장터 모델을 보여줍니다. 부천 자유시장은 생활 밀착형 품목과 충성 고객 기반을 통해 소형 전통시장의 지속 가능 모델로 기능합니다.
세 시장의 사례는 전통시장이 낡고 불편한 공간이라는 편견을 넘어, 각기 다른 조건과 특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전통시장은 도심형, 장날형, 생활밀착형이라는 다양한 모델을 통해 도시 생활의 핵심 플랫폼으로 재해석될 수 있으며, 다른 지역 시장에도 전략적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