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북도는 유교 전통과 더불어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지역입니다.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들의 생활과 교류가 이어지는 전통시장이 있습니다. 경북 내륙 전통시장은 단순한 물품 거래 공간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을 드러내는 무대이자 문화적 집약지입니다. 특히 안동 구시장, 영주 풍기인삼시장, 문경 중앙시장은 각기 다른 배경과 특성을 지니면서도 지역 사회와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세 곳의 시장을 중심으로 경상북도 전통시장의 현재와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안동 구시장(장날 : 매월 2, 7, 12, 17, 22, 27일)
안동 구시장은 안동역과 가까운 도심에 자리한 대표 전통시장입니다. 무엇보다 찜닭골목이 가장 유명합니다. 1980년대 후반, 시장 상인들이 닭볶음탕을 개량해 만든 안동식 찜닭은 기름을 거의 쓰지 않고 간장 양념으로 조리되어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냅니다(안동시청, 「안동 구시장 안내」, 2024). 수십 개 점포 중 영남찜닭과 유진찜닭은 현지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꾸준히 사랑받는 곳입니다.
시장은 찜닭 외에도 안동 간고등어, 전통 누룽지, 참기름, 된장, 안동 마(麻) 등 다양한 특산품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장날에는 농민들이 직접 들고 나온 농산물이 더해져 생생한 활기를 띱니다. 최근에는 인근 신시장에 청년몰이 조성되어 수제 디저트 카페, 캐릭터 굿즈샵, 공방 등이 들어서며 젊은 세대의 발길도 늘었습니다. 이는 기존 전통시장이 지닌 정통성과 현대적 요소가 공존하는 독특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시장 골목 곳곳에는 벽화와 포토존이 마련되어 관광객의 체험 요소를 강화하고 있으며, 광한루원과 안동 하회마을, 도산서원 등 인근 명소와 연계해 여행 코스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영주 풍기인삼시장(장날 : 매월 3, 8, 13, 18, 23, 28일)
영주시 풍기읍 중심의 풍기인삼시장은 경북을 넘어 전국적으로 알려진 인삼 특화시장입니다. 이곳에서는 6년근 인삼을 비롯해 건삼, 홍삼, 인삼엑기스, 인삼정과, 인삼주 등 다양한 인삼 가공품을 직접 비교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판매자 대부분이 인근 농가에서 직접 출하하기 때문에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아 가격이 합리적이고 품질도 우수합니다(영주시, 「풍기인삼시장 소개」, 2023). 시장 내 풍기인삼약업사는 오랜 전통과 신뢰를 가진 대표 점포로 꼽히며, 인삼 관련 건강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인삼 막걸리, 인삼 닭곰탕, 약초 비빔밥, 더덕구이 등 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은 건강과 미식을 동시에 충족시킵니다.
매년 가을 열리는 영주 풍기인삼축제는 이 시장의 존재감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행사입니다. 축제 기간에는 인삼 캐기 체험, 약초 건강 상담, 시식 부스 등이 마련되어, 단순한 장보기를 넘어 체험과 축제로 확장된 경험을 제공합니다. 또한 시장 인근에는 소수서원, 부석사, 무섬마을 등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 있어, 건강과 역사 체험이 자연스럽게 결합된 여행 코스로 각광받습니다.
문경 중앙시장(장날 : 매월 2, 7, 12, 17, 22, 27일)
문경 중앙시장은 막걸리와 오미자를 중심으로 한 독창적인 전통시장입니다. 문경 오미자는 일교차가 큰 기후 조건 덕분에 산미와 당도가 뛰어나며, 시장 내 여러 점포에서 오미자청, 즙, 와인 등을 판매합니다. 문경 오미자와인동굴 부스는 시음 체험이 가능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문경시청, 「문경 중앙시장 및 오미자 산업 현황」, 2024). 막걸리 역시 시장의 큰 자랑으로, 문경 전통주 가게에서는 다양한 지역 막걸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전, 두부김치, 도토리묵 등 전통 안주와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문경시는 중앙시장에 문화 콘텐츠를 접목해 시장의 체험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버스킹 공연, 플리마켓이 열리고, 시장 곳곳에 벽화와 포토존이 설치되어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특히 ‘탄광 마을 재현 거리’는 1970~80년대 석탄 산업 전성기의 풍경을 복원해,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이색 체험을 제공합니다. 또한 문경새재 도립공원과 가까워, 자연 관광과 전통시장 체험을 연계한 하루 코스로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경상북도 전통시장의 가치와 전망
안동 구시장은 찜닭을 중심으로 한 먹거리와 청년몰을 통한 세대 교류, 영주 풍기인삼시장은 건강과 약초 문화를 중심으로 한 전문성, 문경 중앙시장은 오미자와 막걸리를 매개로 한 문화·관광 자원을 결합하며 각기 다른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세 시장은 모두 지역의 자원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시대 변화에 맞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닙니다.
이러한 특성은 경상북도 전통시장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전통성을 고수하면서도 청년 창업, 문화 콘텐츠, 지역 특산물 산업과 결합해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세 시장은 각자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면서, 지역 경제와 관광을 동시에 견인하는 거점으로 성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