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의 고장에서 인정이 흘러 넘치는 장날의 풍경
경상북도는 오랜 역사와 유교 문화, 그리고 소박한 사람들의 인심이 살아 있는 지역입니다. 특히 내륙 지역의 전통 시장은 여전히 지역 주민의 삶의 중심이자 문화적 거점으로 기능하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고유한 정서를 지켜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경상북도 안동시 소재 안동 구시장, 경상북도 영주시 소재 영주 풍기인삼시장, 경상북도 문경시 소재 문경 중앙시장이라는 경상북도를 대표하는 세 전통 시장을 중심으로, 장날의 풍경과 먹거리,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아 소개합니다.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삶이 깃든 공간으로서의 시장, 그 깊은 매력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안동 구시장: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시장
안동 구시장은 안동역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여전히 활발한 상권을 유지하는 도심형 전통 시장입니다. 경상북도 안동시가 전통적으로 유교 문화의 중심지로 알려진 만큼, 이 시장 또한 고유의 정신과 생활 양식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명소는 단연 찜닭골목입니다. 안동 찜닭의 원조로 불리는 이 골목에는 찜닭 전문점 수십 곳이 밀집해 있으며, 기름 없이 간장 양념으로 조리된 찜닭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 있는 메뉴입니다. 보통 2~3인분 기준 한 접시에 32,000원 내외로 푸짐한 양과 깊은 맛이 특징입니다.
안동 구시장은 찜닭 외에도 안동간고등어, 전통 누룽지, 마, 된장, 참기름 등 지역 특산품을 다양한 가격대에 구입할 수 있어, 지역민뿐만 아니라 여행자들도 실속 있는 쇼핑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안동 구시장 인근에 위치한 안동 신시장 내에 조성된 청년몰입니다. 수제 디저트 카페, 로컬 굿즈 샵, 캐릭터 공방 등이 입점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창업자들이 기존 시장 상인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지역 전통 시장의 미래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또한 시장 한켠에는 벽화골목과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시장 탐방 자체가 하나의 체험 여행이 되며, 근처에 있는 안동 하회마을, 도산서원 등과 연계한 여행 코스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영주 풍기인삼시장: 약초와 사람의 연결고리
풍기인삼은 경상북도 영주시의 대표적인 특산물입니다. 풍기읍 중심에 위치한 풍기인삼시장은 이 인삼을 중심으로 한 한약재, 건강식품, 지역 농산물 등이 어우러진 특화 시장입니다. 이곳에서는 6년근 인삼부터 건삼, 홍삼, 인삼엑기스, 인삼정과, 인삼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가공된 인삼 제품을 직접 비교하고 구입할 수 있습니다. 판매자 대부분이 인근 농가에서 직접 출하한 제품을 들고 나오기 때문에 중간 유통이 거의 없어 가격이 합리적이고 품질 신뢰도도 높습니다.
시장 내부나 시장 인근에서는 인삼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인삼 막걸리, 인삼 닭곰탕, 약초 비빔밥, 더덕구이, 인삼 갈비 등 한방의 향이 가득한 먹거리는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는 요소로, 중장년층에게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매년 가을에는 영주풍기인삼축제가 열려 시장 전체가 활기를 띠며 전국의 약초상, 바이어, 관광객들이 한데 모입니다. 이때는 시식 행사, 약초 건강 상담, 인삼 캐기 체험 등 시장 경험이 축제로 확장되며 방문객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합니다.
시장과 가까운 곳에는 소수서원, 부석사, 무섬마을 등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 자리하고 있어, 건강·역사·시장 체험이 어우러지는 경북 내륙 여행의 명소로 손꼽힙니다.
문경 중앙시장: 막걸리와 오미자의 도시
문경 중앙시장은 경상북도 문경시의 대표적인 전통 시장으로, 막걸리와 오미자라는 특색 있는 지역 자원을 중심으로 문화형 시장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해 가고 있습니다. 경상북도 문경시의 오미자는 산지 특유의 일교차와 기후 조건 덕분에 당도와 산미의 밸런스가 뛰어난 품질로 유명하며, 시장 내에서는 오미자청, 즙, 차, 와인 등 다양한 형태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직접 담근 오미자 와인을 시음하거나 구매하는 경험은 다른 시장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문경 중앙시장만의 매력입니다.
막걸리 역시 시장의 또 하나의 자랑입니다. 문경 막걸리는 깔끔한 맛과 적당한 단맛으로 전, 두부김치, 도토리묵 같은 안주류와 잘 어울리며, 시장 내 여러 식당에서는 ‘막걸리 한 상’ 형태로 정겨운 한 끼를 즐길 수 있습니다.
나아가 최근 문경시는 문경 중앙시장에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목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버스킹 공연, 아트마켓, 플리마켓이 열리고, 시장 곳곳에 설치된 벽화 골목, 포토존, 테마 거리는 시장 방문 자체를 하나의 여행 콘텐츠로 만들어줍니다.
특히 ‘탄광 마을 재현 거리’는 70~80년대 석탄산업 전성기를 상징적으로 복원한 공간으로,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이색 체험을 제공해 시장 콘텐츠의 다층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또한 인근에 위치한 문경새재 도립공원과 연계하면, 전통시장과 자연 관광이 어우러지는 하루 코스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장바구니는 물론이고 마음도 채워지는 곳
안동 구시장의 전통과 현대, 영주 풍기인삼시장의 건강한 약초 문화, 문경 중앙시장의 맛과 문화. 세 곳의 시장은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모두 ‘사람 중심, 인본주의가 공고한 장터’라는 공통된 가치를 품고 있습니다. 이 시장들에서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가 아니라, 인사와 대화, 맛과 기억이 함께 교류됩니다. 바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소박하고 따뜻한 경북의 장날을 직접 걸어보는 경험은 당신의 주말을 훨씬 더 깊고 따뜻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이번 주말, 환경을 생각하는 장바구니 하나 들고 경상북도의 유서 깊은 장터로 떠나보세요.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가 그곳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