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는 예향이라는 별칭처럼 문화적 전통이 깊은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도시 곳곳에는 여전히 활력이 느껴지는 생활 현장이 살아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지역민의 삶을 지탱하고 도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전통시장이 있습니다. 양동시장, 대인시장, 송정역시장(상설 점포 비중 높음)은 각각 도매 기능, 예술과 청년 문화, 지역 먹거리라는 상징적 요소를 통해 광주의 서로 다른 특성과 기능을 드러냅니다.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경제, 문화, 관광이 교차하는 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 세 곳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도매와 소매가 공존하는 생활 기반, 양동시장
광주 서구에 위치한 양동시장은 1910년대 광주천 백사장에서 열린 장터가 모태가 되어 형성된 이후 현재까지 지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입니다. 약 1천여 개의 점포가 운영되고 있으며 청과물, 수산물, 육류, 의류, 생활 잡화 등 다양한 품목이 거래되고 있습니다(한국민속대백과사전, 2019). 특히 1960년대 농업협동조합 공판장이 들어서면서 도매 기능이 강화되었고, 지금도 광주와 전남 지역 상인들이 물건을 공급받는 핵심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은 단순한 판매처를 넘어 광주 외곽 중소 상인들의 유통을 담당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매일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인들의 모습은 양동시장이 현재도 활발히 운영되는 상권임을 잘 보여줍니다.
시장 내부는 품목별로 구역이 나뉘어 있어 찾는 재미가 있으며, 현대화된 아케이드 시설이 조성되어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편리하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채소와 과일이 가득한 골목을 지나면 활어 수산물이 넘쳐나는 구역이 이어지고, 다시 고기와 의류, 생활 용품이 빼곡히 들어선 구역으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종합적인 구성을 갖춘 시장은 지역 주민의 생활 기반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또한 1970년대부터 한자리를 지켜온 오리탕 전문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문한 국밥집 같은 노포는 지금도 손님들로 붐비며 시장의 역사와 함께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광주일보, 2022).
예술과 시장이 만난 공간, 대인시장
광주 동구의 대인시장은 원래 청과물 도매로 명성이 높았던 시장이지만, 대형마트와 온라인 소비 증가로 한때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 광주비엔날레 복덕방 프로젝트 이후 청년 예술가들이 빈 점포에 입주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 변화를 계기로 대인예술시장이 조성되었고, 지금은 광주의 문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연합뉴스, 2018). 단순한 장터를 넘어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전환된 사례로, 전통시장 활성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 저녁 열리는 예술야시장에서는 회화와 설치미술 전시, 거리 공연, 체험 부스, 수공예품 판매가 어우러지며 시장을 찾는 방문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전통 반찬가게 옆에 독립 서점과 일러스트 숍이 나란히 자리한 풍경은 대인시장의 독창적인 매력을 보여줍니다. 청년 상인들이 운영하는 수제 맥주집, 한식 주점 같은 공간은 젊은 층의 발길을 이끌며 세대를 아우르는 만남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장을 보는 지역 주민과 문화 체험을 즐기는 청년층이 한 공간에서 교류하는 모습은 대인시장이 단순히 상업의 공간을 넘어 지역 사회를 잇는 플랫폼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광주 먹거리의 상징, 송정역시장
송정역시장은 KTX 광주송정역과 바로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며, 광주의 대표적인 먹거리 시장으로 손꼽힙니다. 시장의 중심에는 떡갈비 골목이 있습니다. 송정떡갈비 본점과 형제송정떡갈비 같은 수십 년 전통의 식당은 지금도 직접 숯불에 구워낸 떡갈비를 선보이며 지역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한국관광공사 VISITKOREA, 2023).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 광주 먹거리 문화의 상징적 장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송정역시장에는 떡갈비 외에도 국밥 골목과 찹쌀도너츠 골목이 발달해 있습니다. 특히 송정 도너츠는 옛 방식 그대로 반죽해 튀겨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SNS를 통해 ‘광주 빵지순례’ 필수 코스로 자주 언급됩니다. 주말 점심 이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습니다. 최근에는 시장 상인회가 맥주축제와 야시장을 열어 공연과 플리마켓을 운영하며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송정역시장은 단순한 상거래를 넘어 지역 문화를 확산하고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광주의 전통시장, 각기 다른 기능으로 이어지다
양동시장, 대인시장, 송정역시장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광주의 생활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양동시장은 도매와 소매가 공존하는 생활 기반으로, 광주와 전남 지역 유통 구조를 뒷받침합니다. 대인시장은 청년 예술과 전통시장이 결합해 문화와 창업이 함께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변모했습니다. 송정역시장은 교통 요지와 결합해 광주 먹거리 문화를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세 시장은 성격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는 시장이 단순한 소비의 장소가 아니라 지역 정체성과 문화, 생활 자원을 담아내는 플랫폼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줍니다. 광주에 단 하루만 머문다 하더라도 이 세 시장 중 한 곳은 일정에 반드시 포함할 가치가 있습니다. 물건을 사고 음식을 먹는 경험을 넘어 광주의 현재와 미래를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