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도심에는 여전히 전통 시장이 살아 있습니다. 고층 건물과 프랜차이즈가 즐비한 공간 속에서, 특히 강북은 과거와 현재가 조용히 교차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서울 중구 소재 남대문시장, 서울 종로구 소재 통인시장, 서울 중구 소재 신당시장을 중심으로 서울 강북의 시장 문화와 그 안에서 이어지는 사람들의 일상, 그리고 전통 시장이 지닌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을 소개합니다. 전통 시장이 낯선 젊은 세대에게도, 익숙한 이들에게도, 다시 한번 찾아볼 만한 이유가 될 것입니다.
남대문시장 – 서울 중심지에 자리 잡은 다국적 문화 장터
서울역과 회현역 사이에 자리한 남대문시장은 6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 전통 시장입니다. 전통 방식의 좌판부터 현대식 쇼핑 아케이드까지 모두 함께 존재하며, 관광객들은 물론 도심 직장인들에게도 꾸준히 사랑받는 곳입니다.
특히 남대문시장 먹자 골목은 남대문시장의 대표 명소로, 칼국수 골목은 점심시간이면 줄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9,000원~11,000원대의 칼국수는 푸짐하고 빠른 한 끼를 제공해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갈치조림 골목도 유명한데, 오래된 단골 식당은 손맛으로 여전히 고객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한순자 할머니 손칼국수’, ‘중앙갈치식당’ 같은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노포들은 포털 리뷰에서도 다 읽어보기도 어려울 정도 분량의 만족스러웠다는 후기가 쌓여 있습니다. 칼국수나 갈치조림 이외에도 9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꼬리곰탕을 내놓는 '은호식당'과 같이 다른 메뉴로 대한민국과 그 역사를 함께한 노포들도 많습니다. "살아남았다는 것은 강하다는 것"이라는 말처럼, 이들 노포들은 언제 찾아도 깊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미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났는지 구글 지도나 국외 한국 여행지 관련 글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장 전체는 의류, 수입 식자재, 패션잡화, 한복, 안경, 전자제품까지 그야말로 만물상이며,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하는 외국어 응대 상점도 많습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작성된 안내문이나 광고문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으며, 외국인 단골 손님을 겨냥한 상점은 제품 진열 방식부터 가격표시까지 매우 국제적입니다.
매년 서울시와 남대문시장상인회가 협력하여 준비하는 ‘남대문시장 글로벌 페스티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시장 입구에서 종종 열리는 거리 공연이나 이벤트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고 흥미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게다가 남대문시장은 서울 도심에서 가장 넓고 입체적인 시장 구조를 지니고 있어, 한 번쯤은 ‘시장 속에서 어떻게든 길을 찾아내는 경험’도 특별한 재미로 남습니다.
통인시장 – 도시형 시장의 유쾌한 변주
경복궁 서쪽,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위치한 통인시장은 원래 지역 주민 중심의 소형 재래 시장이었지만, 2012년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입된 ‘엽전 도시락’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시장 내에서 엽전을 구입한 후 쇼핑하며 원하는 반찬을 담아 도시락을 완성하고 계산을 앞서 구입한 엽전으로 하는 체험 중심 콘텐츠를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삼았습니다. 최초 도입 후 현재에 이르러 일부 메뉴는 변경되었고 운영 방식도 개선되어 여전히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전통 시장 체험 콘텐츠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통인시장에는 '엽전 도시락'으로 주로 구입하는 소위 반찬 메뉴들 관련하여 특색 있는 음식점들이 많습니다. 닭강정, 삼겹살말이꼬치구이, 떡갈비, 감자전 등 각종 전, 수제 음료 등 젊은 감성의 퓨전 메뉴와 전통 음식이 공존합니다. 특히 시장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객들이 SNS에 자주 올리는 메뉴는 ‘기름떡볶이’와 ‘떡갈비’ 등이며, 떡갈비는 인기에 힘입어 편의점의 삼각김밥 테마로도 활용된 바 있습니다. 가격은 대부분 1인분에 4,000원~8,000원대로 일반적인 소울 도심 물가에 비하면 저렴하고 합리적입니다.
통인시장의 장점은 경복궁, 청와대 사랑채, 서촌 한옥마을과의 거리가 가까워 일정 연계가 용이하다는 점입니다. 시장에서 식사를 해결한 후, 인근 문화시설과 골목을 함께 둘러보는 여행 루트가 형성되어 있어 관광객에게 매우 효율적인 이동 동선입니다.
또한 청년 상인들을 위한 팝업 부스, 서촌 예술인들과의 콜라보 프로그램, 소위 '콜라보 마켓'도 생겼고, 이에 따라 ‘전통시장 + 문화예술’이라는 복합적 정체성도 점차 확장되어 왔습니다. 전통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에 맞는 변화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통인시장은, 서울 도시형 시장 모델의 대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신당시장 – 서울 한복판의 ‘먹거리 밀집지’
서울 중구 신당동 일대에 형성된 신당시장은 1950년대 후반부터 형성된 상권으로, 지금은 크게 신당 중앙시장, 신당동 떡볶이타운 등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신당동 떡볶이타운’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떡볶이 명소입니다.
시장 안에는 30년 이상 된 떡볶이 식당이 여럿 있으며, 즉석 떡볶이를 철판에 볶아 먹는 방식이 이곳의 전통입니다. 오징어, 만두, 양배추, 라면사리 등을 곁들여 끓인 떡볶이는 중학생 및 고등학생뿐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마복림할머니떡볶이’는 이곳의 원조격 브랜드로, 방송과 기사에서도 이미 수차례 소개되었습니다. 비록 최근 들어 일각에서는 '훈연 계란과 떡볶이는 조화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등의 비판적인 시선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여전히 지역 명소로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추억과 함께하는 맛은 일단 방문해 보기에 부족하지 않습니다.
한편 신당 중앙시장 쪽으로 가면 분식 외에 순대국, 설렁탕, 생선구이 백반 등 든든한 한 끼 메뉴가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고, 시장 상인들도 대부분 가족 단위로 운영하는 점포가 많아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식자재 상가는 아직도 소량 구매가 가능해 자취생, 1인 가구에게 유용한 쇼핑처로 꼽히기도 합니다.
시장 골목마다 다른 서울의 얼굴들
서울의 전통 시장은 여전히 다양한 얼굴로 존재합니다. 도심 속 다국적 문화를 품은 글로벌 시장으로 자리 잡은 남대문시장, 체험형 콘텐츠로 엽전 도시락을 제공하며 자체 브랜드를 구축한 통인시장, 추억과 함께하는 먹거리 명소를 갖춘 신당시장까지. 세 시장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서울의 일상을 담아냅니다. 전통시장의 혁신은 서울시에서도 꾸준한 노력을 경주하는 바에도 힘입어 현재진행형입니다. 화려한 간판 뒤에서 꾸준히 서울을 움직이는 생동감 넘치는 골목들. 이번 주말, 이 골목들에서 서울의 오래된 미래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