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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전통 시장 이야기 (서문시장, 칠성시장, 방천시장)

by 시장 상인 다복 2025. 7. 26.

대구광역시 소재 서문시장 관련 이미지

대구, 시장을 걸으며 이 도시의 진짜 속살을 마주하다

  전국 어디서든 '시장'은 단순한 거래 장소를 넘어,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람 냄새가 깃든 공간입니다. 대구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오랜 세월 동안 섬유·유통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해온 대구에는 지금도 다양한 전통 시장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세 곳—서문시장, 칠성시장, 방천시장—은 대구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품고 있는 장소로, 지역 주민은 물론 여행자들에게도 특별한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세 시장을 중심으로 대구라는 도시가 가진 고유한 리듬을 살펴보고, 각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이 도시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지역 생활문화 공간’으로서 시장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낮과 밤, 두 얼굴을 가진 대구의 대표시장 – 서문시장

  서문시장은 대구의 대표 시장이자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전통 시장입니다. 그 시작은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지금의 위치에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됐습니다. 현재는 4,000여 개의 점포가 밀집한 대형 상권으로, 섬유 원단, 의류, 식자재, 먹거리, 생활잡화까지 없는 게 없는 시장으로 유명합니다.

서문시장의 진짜 매력은 ‘낮’과 ‘밤’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지닌다는 점입니다. 낮 시간대에는 섬유 상가와 도매상 중심의 활발한 유통 활동이 이뤄지고, 밤이 되면 전통 시장 최초의 ‘야시장’이 문을 열어 대구 시민과 관광객을 불러 모읍니다.

  야시장에서는 불고기 덮밥, 마라탕, 대만식 닭강정, 수제 핫도그, 수플레 오믈렛 등 글로벌 먹거리가 주를 이루며, 가격대는 5,000~10,000원 사이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서문야시장은 ‘100년 야시장’이라는 컨셉으로, 단순한 먹거리 장터를 넘어 다양한 거리 공연과 청년 상인의 참여로 도시 문화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 위치: 대구 중구 큰장로 26길 일대
  • 운영: 상점은 매일, 야시장은 오후 7시~자정 (휴무일 일부 존재)
  • 팁: 인근에 근대골목투어, 약령시, 근대문화관 등 관광지와 연계하면 알찬 하루 코스로 좋습니다.

도매 상권의 심장, 수산·축산이 공존하는 칠성시장

  칠성시장은 대구 북구 칠성동 일대에 자리하며, 대구 최대의 수산시장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수산물뿐만 아니라 축산, 청과, 건어물, 식자재 도매까지 종합적인 유통 기능을 갖춘 상권입니다. 특히 이곳은 음식점 운영자나 자영업자들이 새벽부터 장을 보는 곳으로, ‘살아 있는 상권’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립니다.

  시장 내부는 1~2층 구조의 실내 건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사계절 내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소매 고객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생선회, 대게, 조개찜, 소곱창, 돼지머리 수육 등 신선한 먹거리를 구입하거나, 시장 내부 식당에서 조리된 음식을 바로 먹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칠성시장은 근래에 들어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환경 개선과 안내 시스템 정비가 이뤄져, 이전보다 훨씬 현대적인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주차 공간 확보도 잘 되어 있어 차량 방문객의 만족도도 높습니다.

  • 위치: 대구 북구 칠성시장로 28
  • 주요 품목: 활어, 수산물, 육류, 건어물, 식자재 등
  • 이용 팁: 오전 6시~오후 2시까지가 활발한 유통 시간이며, 늦은 오후엔 재고 소진률이 높습니다.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감성형 예술시장 – 방천시장

  방천시장은 규모 면에서는 서문시장이나 칠성시장에 비해 작지만, 그 매력은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특히 예술과 청년문화가 결합된 감성형 시장으로 최근 몇 년 새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젊은 세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시장 내에 자리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방천시장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장소입니다. 가수 김광석의 생전 모습을 그린 벽화들과 소형 공연 무대, 체험형 공간이 조성돼 있어, 전통시장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해석한 곳으로 평가받습니다.

  방천시장에는 빈티지 소품숍, 수제 디저트 카페, 수공예 작업실, 독립 서점 등 이색적인 점포들이 많아, 기존 시장의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주말에는 버스킹이나 지역 아티스트의 전시가 열리는 경우도 많으며, 야간 조명과 벽화 골목의 감성이 어우러져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로도 유명합니다.

  • 위치: 대구 중구 대봉동
  • 운영 특징: 월~일 대부분 운영, 점포마다 영업 시간이 다름
  • 추천 코스: 김광석길→수제맥주펍→핸드드립 카페→소품숍 등 체험형 시장 투어

이제는 시장이 ‘이야기를 담는 장소’가 되는 시대

  대구의 서문시장, 칠성시장, 방천시장은 각각 상반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문시장은 대형 유통과 야시장이 공존하는 복합 상권, 칠성시장은 전통 도매 시장의 기능과 신선 식재료의 보고, 방천시장은 문화와 감성을 품은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이처럼 대구의 시장은 단순히 장을 보는 곳이 아니라, 대구라는 도시의 결을 그대로 담고 있는 공간입니다. 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음식 냄새와 상인의 외침, 벽화와 청년예술가의 소소한 작품들까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시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대구를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 이 도시가 품고 있는 살아 있는 리듬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