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유통 실험, 메타버스 속 시장의 등장
비대면 기술이 일상화된 2020년대 이후, 전통적인 상거래 구조는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메타버스 기반 가상시장이라는 새로운 실험이 있습니다. 과거의 온라인 쇼핑몰이 단순 거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아바타로 직접 걸으며 상인과 대화하고, 상품을 체험하는 몰입형 시장이 구현되고 있습니다. 서울디지털재단의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 보고서(2024)」에 따르면, 응답자 중 46%가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위해 가상공간 구축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메타버스는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니라, 접근성이 낮은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MZ세대의 체험 욕구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소비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국내 가상 전통시장 구현의 흐름과 소비자 반응
서울 동대문 패션시장은 ZEP 플랫폼을 활용해 실제 점포를 3D로 재현하고, 각 점포에 상품 정보를 연동하여 가상 체험과 구매를 연결했습니다(서울디지털재단, 2024). 이용자는 아바타로 시장을 탐험하며 ‘디지털 패션쇼’에 참여할 수 있었고, 상인들은 단순한 입점 절차로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했습니다. 대구 서문시장 청년몰은 20여 개 점포를 메타버스로 옮겨 ‘가상 쿠폰–오프라인 교환형’ 시스템을 운영했고, 체험자 중 38%가 실제 시장을 방문해 구매로 이어졌습니다(대구시청 경제국, 2025). 제주XR프로젝트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다국어 가상 로컬푸드 마켓을 개설해 ‘한라봉 수확 게임’을 통해 상품 구매로 유도하는 등, 체험형 소비 구조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지역 시장의 인지도를 확장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외 시장의 가상체험 모델과 교훈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 ‘버추얼 이치바’는 전통시장 골목을 3D로 구현하여, 실제 상인의 목소리로 상품을 설명하고 가상 공간에서 한정판 간식을 판매했습니다. 결과적으로 MZ세대의 시장 방문률이 120% 상승했습니다(일본 경제산업성, 2024). 유럽 일부 도시는 가상박람회를 통해 로컬 브랜드와 수공예품을 실시간으로 판매하며, 디지털 관광과 연계한 매출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는 공통적으로 스토리텔링·체험·커뮤니티를 결합해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이를 매출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가상공간이 단순히 오락적 체험을 제공하는 단계를 넘어, 현실경제를 보조하는 새로운 시장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술과 전통의 융합, 운영 단계의 과제
메타버스 기반 시장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술보다 운영이 중요합니다. 첫째, 상인 교육과 접근성 향상이 필요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전통시장 디지털교육 지원사업(2025)」에 따르면, 참여 상인의 62%가 기기 조작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둘째, 쇼핑 연결성 강화가 필수적입니다. 체험만으로 끝나는 구조는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결제·배송·후기 시스템이 연동되어야 합니다. 셋째, 지속적 콘텐츠 관리가 요구됩니다. 가상공간은 이벤트 종료 후 유지보수가 미흡하면 빠르게 이용률이 하락합니다. 지자체와 스타트업이 협업해 주기적 업데이트, 지역 축제 연계, 아바타 기반 홍보 콘텐츠를 확대해야 합니다. 이러한 개선을 통해 가상시장은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지역경제의 확장 모델로 자리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와 연결되는 전통시장의 미래
메타버스 시장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닌, 현재 작동 중인 지역 상권 혁신 모델입니다. 아날로그 정서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을 통해, 상인은 새로운 고객과 만날 기회를 얻고 소비자는 편의와 체험을 동시에 누릴 수 있습니다. 가상공간 속 시장은 실제 공간의 대체물이 아니라, 그 가치를 확장시키는 도구입니다. 기술이 시장의 인간적인 온기를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따뜻함을 더 넓은 세대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현실과 가상 세계를 가로질러 다시 태어나고 있는 전통시장, 그 변화의 중심에는 ‘체험’, ‘만남’, ‘이야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