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이 아니라 통닭이라 부르던 그 시절
수원에는 치킨을 '통닭'이라 부르던 시절의 감성과 맛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골목이 있습니다. 바로 ‘수원 통닭거리’입니다. 수원 팔달문 시장 옆 좁은 골목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수십 개의 통닭집들은 모두 오래된 간판, 투박한 튀김기, 손맛 가득한 닭 요리로 1970~1980년대 시장통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수원 통닭거리의 명물 가게들, 메뉴 특징, 가족 나들이로서의 장점까지 담아 전통시장과 치킨이 만나는 생생한 현장을 전해드립니다.
통닭거리의 시초와 대표 가게들
수원 통닭거리는 팔달문시장 골목길 한 켠, 100m 남짓한 거리 안에 약 10여 개의 통닭 전문점이 모여 있는 특별한 시장형 먹거리 골목입니다. 통닭골목이 형성된 정확한 시점은 1970년대 중반으로 추정되며, 오래된 가게들은 40년 이상의 세월을 자랑합니다. 그중에서도 '진미통닭', '용성통닭', '남문통닭', '장안통닭' 등이 대표주자로, 현재까지도 원조 타이틀을 두고 수원 시민들 사이에서 꾸준한 이야깃거리를 낳고 있습니다.
‘진미통닭’은 바삭한 껍질과 담백한 속살로 꾸준히 인기를 끌며, '남문통닭'은 모닝빵, 양배추 샐러드와 통닭을 함께 먹는 구성으로 유명합니다. '용성통닭'은 큼직한 후라이드 치킨을 푸짐하게 쌓아 낸 접시가 일품입니다. 일부 가게는 닭발 또는 닭똥집을 뻥튀기 과자와 함께 무료 제공하고 있으며, 반 마리 메뉴나 순살 메뉴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가격은 1마리에 2만 원 내외로 최근 한국을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물가가 많이 오른 경향이 반영되었습니다.
대부분 가게가 기름을 한 번만 사용하는 전통 가마솥 방식을 고수하며, 튀김기보다는 솥뚜껑 튀김기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아 독특한 맛을 자랑합니다. 특히 기름은 매일 교체하고 고온을 유지해 기름냄새 없이 바삭한 식감을 내는 것이 이 골목의 공통된 자부심입니다.
가족 나들이 코스로서의 수원 통닭거리
수원 통닭거리는 단순한 먹거리 명소를 넘어서,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도 매력적인 하루 코스로 안성맞춤입니다. 골목 입구에 있는 ‘팔달문’은 조선시대 수원 화성의 주요 성문 중 하나로, 역사적인 분위기와 시장 특유의 활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가기 좋은 이유는 다양합니다. 첫째, 대부분의 가게가 포장을 지원하거나 바깥 좌석도 구비되어 있어 유모차나 어린이 동반 시에도 큰 불편이 없습니다. 둘째, 통닭골목 인근에는 수원 화성 행궁, 화성 열차, 화홍문 같은 관광 포인트가 도보 10분 이내에 위치해 있어 식사 전후에 가벼운 산책 코스로 연결하기에 제격입니다.
또한 수시로 열리는 수원 화성 행궁 광장 앞 플리마켓이나 버스킹 공연은 어린이들에게도 재미있는 볼거리로 작용합니다. 부모님 세대에게는 어릴 적 먹었던 시장통 통닭의 향수를 자극하고, 아이들에게는 ‘요즘 프랜차이즈 치킨’과는 다른 정겨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주차는 골목 안보다는 인근 공영주차장(팔달문 공영주차장, 수원 화성 주차장 등)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며, 식사시간에는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 주말이라면 4시~5시 사이 방문을 추천합니다.
통닭의 맛, 시장의 풍경, 사람의 정
통닭거리의 가장 큰 매력은 음식 그 자체만이 아닙니다. 튀겨지는 닭 냄새, 철판 위를 굴러다니는 부재료들, 반찬으로 나오는 무절임과 음료나 맥주, 닭발과 닭똥집, 그리고 웃으며 덤을 얹어주는 사장님들의 인심. 이 모든 요소가 시장만의 분위기를 만듭니다.
젊은 커플에게는 새로운 데이트 겸 식사 장소로,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수원 화성과 연결되는 지역 콘텐츠로, 어르신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으로 수원 통닭거리는 여러 세대와 국가를 아우릅니다. 1인분 기준으로는 반 마리 또는 순살 구성도 양이 충분하여 혼자 식사를 하든 여러 명이서 식사를 하든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을 들고 통닭을 들고 나오는 모습이 시장 풍경의 일부처럼 느껴집니다. 통닭 닭가슴살 한 조각에 웃음이 오가고, 닭다리 한 조각에 기억이 떠오르는 곳. 그곳이 바로 수원 통닭거리입니다. SNS에 사진을 남기지 않아도, 테이블마다 대화가 끊이지 않는 분위기는 이 골목이 여전히 ‘살아 있는 시장’임을 증명합니다.
통닭 한 마리로 접하는 특별한 하루
수원 통닭거리는 단순한 치킨 맛집 골목이 아닙니다. 그곳은 오래된 맛과 현재의 일상이 공존하는 공간이며, 투박하면서도 맛있고 푸짐한 한 끼가 특별한 시간이 되는 곳입니다. 이 거리에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흉내 낼 수 없는 정서와 공간감,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가 존재합니다. 이번 주말, 바삭한 통닭 한 마리와 감자 한 접시를 들고 수원의 낮과 밤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가마솥 기름 냄새, 아이들 웃음소리, 시장 입구의 인사 한마디까지. 수원 통닭거리에서는 작은 것들이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