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로컬, 관광 콘텐츠로 진화하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국 방문 외국인은 약 1,610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의 90% 이상을 회복했습니다(한국관광공사, 2025).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통시장은 단순한 장보는 공간을 넘어, ‘현지 문화와 일상을 체험할 수 있는 관광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제 쇼핑몰보다 지역의 삶과 맛, 사람 냄새가 있는 시장을 선호하며, SNS를 통해 빠르게 정보를 공유합니다. 본문에서는 실제 관광공사 및 지자체 자료를 기반으로, 외국인 방문이 활발한 다섯 곳의 전통시장을 살펴보고 그 매력과 발전 방향을 짚어봅니다.
서울 광장시장 — K-푸드와 전통의 교차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광장시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전통시장으로 꼽힙니다. 서울관광재단의 2024년 외국인 방문 실태조사에 따르면, 광장시장은 외국인 관광객의 재방문 의향이 80%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서울관광재단, 2024). 이곳은 빈대떡, 마약김밥, 육회비빔밥 등 한국 길거리 음식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등 글로벌 방송에도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시장 내 영어 메뉴판과 다국어 안내 시스템, 카드 결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해외 관광객의 접근성이 높습니다. 서울시는 전통시장을 문화 관광형 명소로 육성하기 위해 ‘Night Traditional Market’ 사업을 추진 중이며, 광장시장은 그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서울시, 2024). 음식과 체험, 전통상품이 한데 어우러진 이 시장은 이제 서울의 일상을 대표하는 상징적 장소가 되었습니다.
부산 자갈치시장 — 항구 도시의 미식 체험
부산 중구 남포동의 자갈치시장은 바다와 가장 가까운 시장으로,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형 수산시장입니다. 부산관광공사의 2024년 외국인 방문 분석에 따르면, 부산 방문 외국인 중 약 32%가 자갈치시장을 주요 방문지로 꼽았습니다(부산관광공사, 2024). 신선한 해산물 직거래 구조와 함께, 손님이 고른 활어를 즉석에서 조리해주는 ‘시장식 식당’ 문화가 외국인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또한 시장 인근 자갈치문화관, 국제시장과의 연계 관광 루트가 마련되어 접근성이 우수합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내소, 다국어 표지판, 수산물 설명 가이드북이 확충되며 글로벌 명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자갈치시장을 중심으로 ‘해양관광 특화형 시장 육성사업’을 추진하며, 시장을 지역의 대표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부산시, 2025).
전주 남부시장 — 전통과 청년 창업의 융합
전주의 남부시장은 한옥마을과 나란히 위치해, 전통문화와 청년 창업이 공존하는 대표적인 로컬형 시장으로 발전했습니다. 전주시 관광과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주 방문 외국인의 약 25%가 남부시장을 방문했으며, 특히 유럽·동남아 관광객 비율이 꾸준히 상승 중입니다(전주시청, 2024). 시장 내 청년몰 구역에는 감각적인 카페, 수공예 샵, 디자인 굿즈 매장이 밀집해 있으며, 전통시장 구역에서는 오래된 식당과 공예점이 공존합니다. 외국인 대상 도자기 체험, 한지 공예, 쿠킹 클래스 등 체험형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또한 SNS 상에서는 ‘한국의 힙한 전통시장’이라는 키워드로 다수의 콘텐츠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남부시장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성공적 지역시장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한국관광공사, 2025).
인천 소래포구 종합어시장 — 수도권의 해산물 명소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소래포구 어시장은 서울에서 지하철로 접근 가능한 대표 수산시장으로, 수도권 거주 외국인과 개별 여행객(FIT)의 주요 방문지로 꼽힙니다. 인천관광공사 관광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소래포구 시장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률이 전년 대비 18% 증가했습니다(인천관광공사, 2024). 이곳은 신선한 수산물과 젓갈류, 해산물 선물세트 등이 유명하며, 관광객이 직접 고른 해산물을 시장 내 식당에서 즉석 조리해 맛볼 수 있습니다. 주변에는 소래습지생태공원과 소래철교 등 관광 자원이 인접해, 시장 방문이 자연스럽게 관광 코스에 포함됩니다. 인천시는 소래포구를 ‘수산·관광 복합거점시장’으로 지정하고, 외국어 간판 교체 및 친환경 시장 정비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인천시, 2025).
속초 중앙시장 — 강원 관광의 핵심 코스
강원도 속초 중앙시장은 설악산과 속초해수욕장 사이에 위치해, 국내외 관광객이 강원 여행 중 반드시 들르는 시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원관광재단의 2025년 리포트에 따르면, 속초 방문 외국인 중 약 40%가 중앙시장을 방문하며, 그중 절반 이상이 ‘닭강정·오징어순대’를 대표 먹거리로 꼽았습니다(강원관광재단, 2025). 시장 내 청년 상점과 전통 상점이 공존하며, SNS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속초 닭강정”은 K-푸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강원도는 이 시장을 중심으로 ‘스마트 관광형 시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외국인 결제 시스템과 안내 표지 개선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속초 중앙시장은 ‘지역의 일상 속 세계인의 여행지’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전통시장 관광의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전통시장, 로컬을 넘어 세계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시장들은 단순한 물건 거래의 공간이 아니라, 로컬의 일상과 문화를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생활관광의 무대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각 시장은 고유의 특색—광장시장의 K-푸드, 자갈치의 바다 풍경, 남부시장의 청년 창업, 소래포구의 해산물 체험, 속초의 로컬 먹거리—을 살리며 관광형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별 외국어 안내, 위생·안전 인프라,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존재합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단순한 방문객 증가가 아니라,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공존하며 시장의 본질인 ‘사람과 교류하는 장소’로서의 가치를 지키는 일입니다. 전통시장은 이제 한국의 과거가 아니라, 세계인이 찾는 현재형 문화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