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의 유명세나 대기업 로고만을 보고 신뢰하지 않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특정 지역에서 오래도록 정성을 다해 만들어온 상품이 단순히 맛과 품질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삶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의 전통시장은 이런 브랜드들의 출발점이자 뿌리였습니다. 속초중앙시장의 만석닭강정, 군산공설시장 인근의 이성당, 부산 부전시장의 고래사어묵, 안동 장터에서 유래한 간고등어, 그리고 양평 친환경 로컬푸드까지, 모두 지역 전통시장에서 출발해 전국구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통시장이 단순히 지역 상권을 넘어 어떻게 전국적 신뢰 자산이 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속초의 명물이 된 닭강정 – 만석닭강정
강원도 속초에 가면 반드시 들르는 먹거리로 꼽히는 것이 만석닭강정입니다. 속초중앙시장의 좁은 골목에서 출발한 이 닭강정은 방송을 통해 알려지며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고, 지금은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대표 먹거리로 자리잡았습니다. 만석닭강정은 조리 과정에서 하루 3회 이상 기름을 교체해 신선도를 유지하고, 일반 치킨집보다 큰 닭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품질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또한 조미료를 쓰지 않은 특제 소스는 브랜드 고유의 맛을 확립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가맹사업을 하지 않고 직접 판매만을 고집하며, 전국 백화점 팝업 스토어와 공식 온라인몰에서만 소비자에게 제품을 제공합니다. 이는 맛의 일관성과 위생 관리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전략으로 평가됩니다(만석닭강정 공식 홈페이지).
군산의 상징이 된 단팥빵 – 이성당
군산공설시장 인근에 위치한 이성당은 1945년 개업한 국내 최고(最古) 빵집으로, 단팥빵과 야채빵으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주말이면 본점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며, 질서 유지를 위한 인력까지 배치될 정도입니다. 팝업 스토어가 열리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인파로 현장이 북적일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습니다. 이성당은 계절 특성에 따라 일부 제품은 여름철 택배 판매를 아예 중단하며 품질을 철저히 관리합니다. 이러한 방침은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공식 온라인몰에서는 단팥빵, 야채빵뿐 아니라 쌀 크로와상, 깨찰빵, 땅콩 파이 등 다양한 메뉴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빵집을 넘어 지역의 관광 자원으로 기능하며, 군산 원도심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이성당 공식 홈페이지).
어묵을 프리미엄화한 부산의 자부심 – 고래사어묵
1963년 부산 부전시장에서 시작한 고래사어묵은 지금은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프리미엄 어묵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HACCP 인증을 받은 위생적 생산시설에서 다양한 제품군을 생산하며, 치즈 어묵, 새우말이 어묵, 어린이용 어묵 등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했습니다. 2011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품질 관리와 연구개발을 강화했고, 2017년과 2018년에는 북미 시장에도 진출하여 부산 브랜드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고래사어묵 매장은 부산 관광객에게도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으며, 오프라인 직영점과 공식 온라인몰 모두에서 활발히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통시장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체계적 위생 관리와 품질 고집을 통해 전국 시장은 물론 해외까지 뻗어 나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부산일보, 2018).
소금에 절여져 이어진 내륙의 지혜 – 안동 간고등어
내륙 도시 안동에서 간고등어가 특산물이 된 이유는 지리적 특성에 있습니다. 동해안에서 잡은 고등어가 내륙으로 운반되는 과정에서 부패를 막기 위해 왕소금에 절여 유통한 것이 간고등어의 기원입니다. 현재 안동 간고등어는 안동시가 직접 운영하는 ‘안동장터’ 온라인몰에서도 판매되고 있으며, 명절 선물세트로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지역 어민과 농민 모두에게 안정적인 소득원이 되고 있으며,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사례로 꼽힙니다. 간고등어는 단순히 지역의 생존 지혜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전국에서 소비되는 명품 식품으로 자리잡았습니다(안동장터 공식 홈페이지).
친환경 농업의 모델 – 양평 친환경 로컬푸드
경기도 양평은 전국 최초로 친환경 농업특구로 지정된 지역입니다. 양평 친환경 로컬푸드 브랜드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동조합이 함께 운영하며, 직매장을 중심으로 전국 소비자와 연결되고 있습니다. 쌀, 채소, 잡곡, 축산물 등 다양한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며, 직매장에서 시작한 이 브랜드는 현재 온라인몰을 통해서도 제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양평군은 지속적으로 직매장 확대를 추진해 용문점 등 새로운 거점을 열었고, 이는 지역 농업인의 안정적인 판로와 소득 보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친환경과 로컬푸드를 결합한 이 모델은 지방 정책과 시장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만난 사례로,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농민신문, 2019; 양평뉴스, 2023).
전통시장에서 시작된 브랜드의 공통된 특성
이 다섯 브랜드의 공통점은 모두 지역 전통시장에서 출발했다는 것입니다. 속초중앙시장의 좁은 골목, 군산공설시장 인근, 부산 부전시장, 안동 장터, 양평 직매장에서 각각 시작한 이 브랜드들은 지역성과 정체성을 기반으로 전국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었습니다. 또한 공식 온라인몰 운영, 지자체 주도 온라인몰 참여, 협동조합 직거래 등을 통해 전국적 유통망을 확보했습니다.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지역 관광 활성화, 지역 소득 증대, 도시 이미지 제고 등 다양한 효과를 창출했습니다. 결국 소비자 신뢰가 이 브랜드들을 전국구로 성장시킨 핵심 동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