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생활의 새로운 기준이 된 전통 시장
최근 몇 년간 도시 생활에서 '슬리퍼 신고 갈 수 있는 편의시설과 가까운 주거지'라는 의미의 '슬세권'이 인기 키워드로 떠오르며 주거지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어왔습니다. 그러나 2024년 현재,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 삶을 선택하는 귀촌·전원생활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시골의 새로운 생활권 개념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바로 '전통 시장과 가까운 주거지'라는 의미의 ‘장세권’입니다. 이는 도보 거리 혹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전통 시장과 가까운 지역을 뜻하며, 지역 생활의 편리함과 공동체 연결성을 모두 충족하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전통 장터와 연계된 귀촌 주거지 트렌드,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으로 알려진 지역 장터들, 그리고 최근 활발하게 운영 중인 이동형 장터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장세권, 시골의 새 중심지
도시에서는 편의점이나 카페, 지하철역 등 생활 인프라가 밀집된 지역을 뜻하는 ‘슬세권(슬리퍼 신고 갈 수 있는 편의시설과 가까운 주거지 )’이 익숙한 개념이었지만, 시골에서는 주기적으로 장이 서는 시장과의 거리가 가까운 곳, 즉 ‘장세권(전통 시장과 가까운 주거지)’이 생활의 질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전통 장터는 단순한 장보기를 넘어 지역 주민 간의 만남, 정보 교류, 그리고 일상적인 커뮤니티 활동의 중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강원도 홍천군의 한 마을에서는 매달 2일과 7일 열리는 5일장이 주민 생활의 핵심 일정으로 작용합니다. 장날이 다가오면 생필품을 구입하고, 병원 예약이나 지인 방문도 장날에 맞춰 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장세권(전통 시장과 가까운 주거지)의 실질적인 편의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단지 시장 근처라는 물리적 거리 개념을 넘어, 정서적 교류와 생활 리듬 형성까지 연결되는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장터에서는 신선한 제철 농산물은 물론, 지역에서 손수 만든 반찬과 공산품, 생활 잡화 등 다양한 품목을 한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어 도시의 대형마트에 비견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귀촌을 고민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시장과 가까운 마을”이 선호 거주지로 꼽히기도 합니다. 시골의 정서와 자급자족의 삶을 유지하면서도 생활의 편리함을 갖출 수 있는 장세권(전통 시장과 가까운 주거지)은 귀촌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입소문으로 주목받는 장터
과거 전통시장은 지역 주민의 생활에만 국한된 공간이었지만, 최근에는 SNS, 블로그, 유튜브 등의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외지인에게도 알려지며 전국 단위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장터 자체가 하나의 여행지이자 문화 체험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전라남도 해남군의 5일장입니다.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역 특유의 인심과 음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도시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부김치가 갓 나왔다”, “상인이 덤으로 계란을 더 얹어줬다”는 감성적 리뷰는 장터의 인간적인 매력을 부각시키며, 기존 유통 매장에서 경험할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합니다.
특히 MZ세대 귀촌인들의 참여도 눈에 띕니다. 일부 장터에서는 수제 비누, 로컬 커피, 홈베이킹 제품 등을 소량 생산하여 직접 판매하는 ‘로컬 부스’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장터 한켠에 자리를 잡고 직접 만든 제품을 판매하며, 시장의 전통적인 이미지에 새로운 감각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로컬 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를 넘어,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사람 냄새 나는 정겨운 교류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장세권이라는 개념도 이제는 ‘시장 근처 집’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되었습니다.
진화하는 이동형 장터의 등장
고령화와 교통 불편 등으로 정기 장터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중심으로 ‘이동형 장터’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동형 장터는 트럭이나 특수 차량을 활용해 여러 마을을 순회하면서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공급하는 서비스로, 생활 물류 소외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양수산부는 특수 제작된 판매 차량을 활용한 '이동형 찾아가는 직거래 장터'를 9월까지 약 60개소에서 순차적으로 운영할 계획에 있으며, 강원도 양구군은 지역 농산물을 타 지역 대형 아파트 단지로 직접 유통하는 '이동형 직거래 장터'인 ‘2025 찾아가는 양구 청춘마켓’을 운영할 계획에 있습니다. 또한 전라북도 진안군은 냉장·냉동 시설이 설치된 특수 차량에 축산물 등 70여 종의 식료품을 싣고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이 생필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동형 장터인 ' 내집앞 이동장터'를 상가막·평촌마에서 운영 중에 있습니다(식품의약품안전처와 편의점 브랜드 'CU'의 협력을 받았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문화 콘텐츠와의 융합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동형 장터 운영 시 마을 음악회, 영화 상영, 공예 체험 등 부대행사를 함께 열어, 이동형 장터가 단순한 소비를 넘어 문화적 만족까지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통시장이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현대적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동형 장터는 장세권(전통 시장과 가까운 주거지) 개념을 유동적으로 확장하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귀촌인과 고령 주민 모두에게 실질적인 만족을 제공하는 새로운 생활 기반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정겨운 삶의 리듬을 만드는 전통 시장
장세권(전통 시장과 가까운 주거지)은 이제 단순히 시장이 가까운 집이라는 개념을 넘어, 지역 공동체와 일상의 리듬을 함께 만드는 공간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전통 시장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기술과 문화 콘텐츠가 더해져 더욱 따뜻하고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귀촌이나 전원생활을 고민 중이라면, 생활 편의성과 공동체 중심성이라는 두 요소를 모두 갖춘 ‘우리 동네 장세권(전통 시장과 가까운 주거지)’을 체크해 보는 것도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물건만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과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터의 활기와 정겨움을 직접 체험하며, 시골 생활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