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시장이 지켜온 일상의 무대
전라남도는 농수산물이 풍부하고 산과 바다가 인접한 자연환경 덕분에 전통시장이 오랜 세월 지역 공동체의 생활 기반으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시장은 단순한 상거래의 장소가 아니라, 주민의 삶과 정서를 담은 문화 공간입니다. 특히 해남읍5일장, 순천 웃장, 구례5일장은 서로 다른 지역성과 운영 형태를 보여주며, 전남 시장 문화의 다채로운 모습을 대표합니다. 최근 들어 지자체와 문화 단체가 시장 아카이브와 관광 자원화를 추진하면서 전통시장은 지역 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문화적 자산으로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라남도청, 전통시장 장날표, 2024).
해남읍5일장: 지역민의 생활과 교류를 지탱하는 전통 장터
해남읍5일장은 해남군 중심부에서 매월 1일과 6일에 열리며, 인근 마을 주민들의 생필품을 책임지는 공간입니다. 장터에서는 흙 묻은 채소와 제철 농산물이 즐비하며, 배추·고구마·토란 등 해남 특산물이 인기를 끕니다 (해남군청, 해남읍5일장 안내, 2023). 여행자들은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생생한 농산물 풍경”을 해남읍5일장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습니다. 또 노점에서 파는 돼지국밥, 전, 콩국수 같은 토속 음식은 시장의 활기를 더하며, 덤 문화는 지역 정서를 드러냅니다. 최근 귀촌인이나 여행객들이 늘면서 해남읍5일장은 단순한 장터를 넘어 외부인의 경험까지 품는 교류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순천 웃장: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복합형 시장
순천 웃장은 순천시 중앙로 일대에 자리 잡은 상설시장으로, 전통 좌판과 현대식 점포가 공존하는 복합 문화형 공간입니다. 이름은 “시장 위쪽에 있던 장터”에서 비롯되었지만, 지금은 청년몰, 플리마켓, 거리 공연이 결합한 현대적 시장으로 진화했습니다. 순천시는 청년 상인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웃장을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순천시청, 웃장 청년몰 보도자료, 2023).
시장에서는 낙지, 꼬막, 갓김치, 매실청 같은 특산물과 함께, 청년 상인들의 수제 간식 부스가 늘어나며 젊은 층을 끌어들입니다. 주말에는 버스킹 공연, 체험 부스 등이 열려 “전통시장과 문화 공간이 동시에 느껴진다”는 후기를 남기는 방문객이 많습니다. 웃장은 전통시장이 도시 문화와 융합해 체험형 소비 공간으로 확장되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구례5일장: 자연과 관광이 어우러진 로컬 장터
구례5일장은 구례읍 일대에서 매월 3일과 8일에 열리며, 지리산과 섬진강을 배경으로 한 자연 친화적 시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주요 품목은 취나물, 곰취, 더덕, 고사리 등 산나물이 중심이며, 아침에 산에서 채취해 내려온 신선 식재료가 거래됩니다 (구례군청, 구례5일장 소개, 2023).
손두부, 된장, 고추장 같은 발효 식품과 유기농 채소도 장터의 강점입니다. 관광객들은 장날을 맞춰 화엄사, 지리산 온천, 섬진강 자전거길을 함께 방문하며, 구례5일장을 여행 일정에 포함시키기도 합니다. 한국관광공사 VisitKorea에서도 “관광과 직거래를 연결하는 시장”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방문객들은 “시장 자체가 관광지 같다”는 후기를 남기곤 합니다 (한국관광공사, VisitKorea, 2024).
장터가 이어가는 공동체와 문화의 가치
세 시장은 형태와 규모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지역 공동체의 교류를 지탱하는 역할을 합니다. 해남읍5일장은 생활 밀착형 장터로서 주민들의 생필품 공급처이고, 순천 웃장은 청년몰과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소비 문화를 창출하며, 구례5일장은 관광과 연계된 자연형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라남도청과 한국관광공사의 자료에서도 확인되듯, 전남 전역에 수십 곳의 5일장이 여전히 운영 중이며 이는 단순 경제 활동을 넘어 지역 생활사 기록으로 기능합니다 (전라남도청, 전통시장 장날표, 2024).
전통시장이 열어가는 길
해남, 순천, 구례 전통시장은 각각의 개성을 지니면서도 주민과 외부인을 잇는 문화 교류의 무대라는 공통점을 갖습니다. 시장에서는 물건만 오가는 것이 아니라, 계절과 지역의 이야기가 함께 흐릅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새로운 여행지이자 느린 삶의 체험 공간이 되고, 지역 주민에게는 여전히 생활의 리듬을 만들어 주는 중심지입니다. 앞으로 전라남도의 시장들은 농산물 직거래, 문화·관광 연계, 청년 창업 지원 같은 흐름 속에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