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북도는 예로부터 곡창지대이자 문화예술의 뿌리가 살아 있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지금도 지역 주민들의 일상과 공동체 정서가 오롯이 담겨 있는 전통시장이 있습니다. 특히 남원 공설시장, 정읍 샘고을시장, 고창 전통시장은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장터로서 각기 다른 역사와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생활과 문화, 관광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세 전통시장의 특징과 변모 과정을 살펴보고, 지역 공동체와 관광에서 가지는 의미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남원 공설시장: 한옥과 전통이 만나는 도심 장터
남원 공설시장은 남원시 중심부에 자리한 상설시장으로,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공간입니다. 시장 골목은 좁고 구불구불하지만, 수십 년간 운영해 온 점포들이 줄지어 서 있어 생활의 무게와 세월이 느껴집니다. 칼국수 집, 국밥집, 떡집 같은 노포들은 여전히 단골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으며, 관광객에게도 합리적인 가격에 푸짐한 식사를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남원시는 최근 공설시장 환경 개선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케이드 설치와 LED 조명 교체, 간판 정비, 화장실 리모델링 같은 사업을 통해 쾌적성을 높이고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남원 공설시장에 아케이드 설치를 추진한다는 사실은 남원시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남원시, 남원공설시장 아케이드 설치 사업, 전라일보, 2020). 이러한 노력은 전통과 현대의 균형을 맞추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시장 근처에는 광한루원 같은 대표적 문화유산이 있어 한복 차림의 관광객과 장바구니를 든 지역 주민이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풍경이 연출됩니다. 시장은 단순한 거래 공간이 아니라 남원의 문화와 삶이 교차하는 장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정읍 샘고을시장: 차와 청년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
정읍 샘고을시장은 1910년대에 개장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정읍시의 대표 전통시장입니다. 상설시장 형태로 운영되며 지역 경제와 상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정읍시청 공식 자료에서도 확인됩니다(정읍시청, 정읍샘고을시장 전통시장, 정읍시청 누리집, 2024).
특히 쌍화차 거리로 유명한 이곳은 전통 찻집이 즐비해 있어 약재를 직접 달여내는 전통 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쌍화차, 국화차, 대추차 등은 중장년층뿐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찾는 젊은 층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으며, 건강과 전통이 결합된 정읍만의 특색을 보여줍니다.
샘고을시장은 밤이 되면 야시장으로 변모합니다. 청년몰 구역에는 수제버거, 닭꼬치, 꼬마김밥, 고추튀김 같은 먹거리와 핸드메이드 소품 부스가 들어서고, 시장 한복판에서는 버스킹 공연이나 영화 상영이 진행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을 단순한 거래의 장에서 문화와 오락이 결합된 생활 공간으로 확장시킵니다.
무엇보다 ‘정읍 농부장터’는 매주 토요일 열리며 지역 농민들이 직접 재배하거나 가공한 로컬푸드를 판매합니다. 무농약 채소, 수제잼, 발효 음료, 식초 등은 품질이 우수하고 합리적 가격으로 제공되어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정읍 샘고을시장이 화재 이후 복구되며 현대화 사업을 추진해 규모와 기능을 확충했다는 점도 언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뉴스이즈, 정읍샘고을시장 연혁과 현대화 보도, 뉴시스, 2023).
시장과 가까운 내장산 국립공원, 정읍사 문화공원 같은 명소와 연계된 여행 코스도 인기를 끌며, 샘고을시장은 도시형 전통시장의 진화된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고창 전통시장: 정직한 먹거리와 지역의 정취
고창 전통시장은 상설시장과 더불어 5일장(매월 2일, 7일)이 함께 운영되는 시장입니다. 고창군은 최근 문화와 전통이 어우러진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 즉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되었는데, 이는 시장의 경쟁력 강화와 문화 콘텐츠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클릭보도, 고창 전통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선정보도, 한국농어민신문, 2021).
시장에는 황토에서 재배한 농산물과 신선한 수산물이 계절별로 가득합니다. 풍천장어, 민어, 바지락 같은 해산물은 물론이고 수박, 복분자, 들깨, 콩 같은 특산물이 대표적입니다. 시장에서는 몇천 원으로 떡, 한과, 칼국수, 찹쌀도넛을 푸짐하게 즐길 수 있으며, 특히 현지 할머니들이 직접 담근 된장, 장아찌, 백김치는 지역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소문난 인기 품목입니다.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분위기는 더욱 활기를 띱니다. 트럭에서 바로 내린 감자, 옥수수, 상추가 길가에 진열되고,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가 고무 대야 속에서 팔리는 광경은 대형마트에서 경험할 수 없는 진정성을 보여줍니다. 흥정 소리와 웃음소리, 아이들 울음소리가 뒤섞인 풍경은 전통시장의 본질을 잘 보여줍니다. 고창 전통시장의 매력은 꾸미지 않은 ‘정직한 삶’에서 비롯됩니다. 광고나 포장이 아닌, 직접 만든 것을 손수 나누는 방식이 여전히 이곳의 기본 정신입니다.
전북 전통시장의 가치와 의미
남원 공설시장, 정읍 샘고을시장, 고창 전통시장은 서로 다른 역사와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전라북도의 정서와 삶의 온기를 담고 있습니다. 남원은 한옥과 시장이 공존하며 문화유산과 일상이 교차하는 공간이고, 정읍은 전통 차와 청년 야시장이 어우러져 현대적으로 확장된 모델을 보여주며, 고창은 꾸밈없는 정직한 먹거리가 지역성과 공동체 정신을 대표합니다.
이 세 시장은 단순한 물건 거래의 장을 넘어 지역 주민과 관광객을 잇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상인, 그리고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전통시장은 앞으로도 변화와 혁신 속에서도 지역 공동체의 뿌리를 지켜주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