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의 시장이 전하는 여행의 새로운 방향
화려한 대형 상권보다 지역의 정체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전라북도의 전통시장입니다. 고창, 남원, 순창 세 지역의 시장은 규모나 시설보다 사람과 생활, 그리고 지역문화의 결이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각각 다른 매력과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최근 전라북도는 시장 현대화와 관광 연계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으며, 전통시장을 단순한 ‘장터’가 아닌 ‘문화관광형 자원’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전라북도청, 2025). 이번 글에서는 고창의 자연, 남원의 문화, 순창의 발효를 중심으로 세 시장이 보여주는 전북형 시장 문화의 진면목을 살펴봅니다.
고창 – 자연의 시간과 함께 머무는 시장
고창시장은 고창군 고창읍 동리로 62-11에 위치한 상설시장으로, 매월 4일과 9일에 5일장이 열립니다(고창군청, 2025).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고창읍성과 인접해 있어 관광과 생활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시장은 제철 농산물과 발효식품, 유과, 막걸리 양념장 등 지역의 손맛이 느껴지는 식품이 중심이며, 장날이면 농민과 상인이 함께 만든 손수 상품이 즐비합니다. 최근에는 지역 청년이 참여하는 플리마켓 코너가 마련되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보여줍니다. 시장의 분위기는 빠름보다 느림, 소비보다 경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여행자는 시장을 거닐며 ‘고창의 시간’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고창시장은 자연과 사람, 그리고 지역의 정서가 한데 녹아 있는 전북 서부권의 대표 시장으로, 여행자가 머물며 지역의 리듬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남원 – 예술과 일상이 공존하는 문화형 시장
남원공설시장은 남원시 의총로 51에 자리하며, 매월 2일과 7일에 5일장이 열립니다(남원시청, 2025). 판소리의 고장다운 남원의 문화적 색채가 시장 구석구석에 배어 있습니다. 상점마다 손수 만든 반찬과 장류가 진열되어 있고, 골목에서는 국악 버스킹이나 전통공연이 열리며 시장 특유의 활기를 더합니다. 광한루원과 남원예촌 등 관광명소와 가까워 여행자가 자연스럽게 시장을 방문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입니다. 현대화 사업을 통해 시설은 깔끔하게 정비되었지만, 상인과 손님 간의 정감 어린 대화와 인간적인 온도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여행자는 시장을 거닐며 공연을 즐기고, 로컬푸드를 맛보며 남원 고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남원공설시장은 지역 예술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문화형 시장으로, 남원의 정체성을 가장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순창 – 발효의 향기와 로컬 창의가 만나는 시장
순창시장은 순창읍 남계로 58에 위치하며, 매월 1일과 6일에 5일장이 열립니다(순창군청, 2025). 순창이 ‘발효의 도시’로 불리는 이유는 이 시장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시장에는 전통 고추장과 된장, 청국장은 물론, 젊은 창업자들이 개발한 장아찌, 발효쿠키, 고추기름 등 창의적 로컬 상품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시장 주변에는 장류체험관과 발효테마파크가 위치해 방문객이 체험과 쇼핑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순창군은 전통 발효문화를 현대화하고 체험형 관광자원으로 확장하기 위해 시장과 관광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여행자는 시장에서 순창의 맛을 보고, 인근 체험관에서 직접 장을 담그며 지역 문화를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순창시장은 단순히 전통을 지키는 공간이 아니라, ‘발효를 통해 진화하는 시장’으로서 전북 로컬브랜딩의 모범사례로 꼽힙니다.
시장을 여행할 이유, 전북의 개성이 답하다
고창·남원·순창의 시장은 각각 다른 매력으로 전라북도의 생활문화를 보여줍니다. 고창은 자연과 여유의 조화를, 남원은 문화와 예술의 감성을, 순창은 발효와 혁신의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세 시장 모두 지역민의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진정성 있는 공간이며, 여행자는 이곳에서 소비보다 체험, 구경보다 참여의 즐거움을 얻게 됩니다. 또한 세 지역은 차량으로 1시간 내외 거리에 위치해 하루 코스로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습니다. 전북의 시장들은 과거의 전통과 현대적 면모를 충분히 조화시키고 있으며, 지금 이곳에 ‘살아 있는 지역문화의 무대’이자, 직접 걸으며 맛보고 느낄 가치가 높은 여행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