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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과 사회적 기업 (공정무역, 마을기업, 협동조합)

by 시장 상인 다복 2025. 9. 19.

전통시장 마을기업(통인커뮤니티 주식회사 등) 관련 이미지

전통시장에서 발견하는 사회적 가치

  전통시장은 오랜 세월 동안 지역 주민들의 생활을 지탱해 온 공간입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이웃과의 교류가 이루어지고 공동체의 정서가 축적된 생활 무대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전통시장은 새로운 흐름을 맞이했습니다.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시장 속에서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매출 증대만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공정한 거래, 지역 공동체 강화, 사회적 책임 실현이라는 더 큰 가치를 내세우며 전통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 연구자 박소연과 박인권은 통인시장의 마을기업 사례를 분석하며, 전통시장에서의 사회적 경제 활동이 지역 주민 참여와 시장 활성화의 메커니즘을 동시에 충족한다고 설명했습니다(박소연·박인권, 「마을기업에 의한 전통시장 활성화 메커니즘 분석」, 『공간과 사회』, 2013). 이러한 연구는 전통시장이 단순히 상업적 공간이 아니라 지역 재생의 실험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공정무역, 윤리적 소비를 시장에 불러오다

  공정무역은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고, 소비자에게는 지속가능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국제적 운동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전통시장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의 통인시장 일부 매장과 마포구 망원시장에서는 공정무역 인증 커피와 수공예품을 판매하며 소비자에게 윤리적 소비를 실천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는 전통시장을 단순히 값싼 물건을 구입하는 공간이 아닌, 세계와 연결된 윤리적 소비 플랫폼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학자 유예경, 김용철, 유근준은 연구에서 사회적 기업이 전통시장과 관광산업을 매개하여 지역 공동체에 윤리적 소비 문화를 안착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유예경·김용철·유근준, 「사회적경제 기반 사회적 기업 사례 연구 – 전통문화·관광산업을 중심으로」, 『경관과 지리』, 2020).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가치소비 트렌드와 공정무역은 잘 맞아떨어집니다. 소비자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출한 돈이 생산자의 삶을 개선한다는 사실에서 만족감을 얻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전통시장을 새롭게 찾는 고객층을 늘리고 있으며, 공정무역 점포는 시장 이미지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마을기업, 지역 경제를 살리는 공동체 모델

  마을기업은 주민들이 공동으로 출자하고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형태로, 전통시장에서도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서울 통인시장의 통인커뮤니티 주식회사는 대표적인 마을기업 사례로 꼽힙니다. 이 기업은 도시락 카페 운영, 시장 내 공동 브랜드 개발 등을 통해 시장을 관광 자원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학술 연구 결과에 따르면, 통인시장 마을기업 도입 이후 시장 방문객 수가 증가하고, 상인들의 매출도 향상되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박소연·박인권, 2013).

  강원도 삼척 중앙시장의 청년몰 청춘해 역시 주목할 만한 사례입니다. 청년 창업자들이 주도하여 지역 농산물과 문화를 결합한 로컬푸드 카페와 체험형 상점을 운영하며, 지역 외부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시장 매출 증대에 그치지 않고, 마을 주민의 자존감을 높이고 지역 공동체의 회복을 촉진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협동조합, 상인의 상생을 이끄는 힘

  전통시장의 상인들이 모여 결성한 협동조합은 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개별 점포 단위로는 어려운 공동 마케팅, 공동 구매, 공용 시설 운영 등을 협동조합은 가능하게 합니다. 부산 부평깡통야시장은 상인 협동조합이 주축이 되어 운영되며, 먹거리와 문화 공연을 결합해 성공적인 관광 명소로 발전했습니다.

  이 사례는 협동조합이 단순히 상인들의 협력체 이상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협동조합 구조는 시장이 단순한 상업적 공간을 넘어, 문화와 경제가 공존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도록 돕습니다. 사회학 연구에서는 이러한 협동조합적 상생 모델이 상인 개개인의 소득 증대와 동시에 시장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유예경·김용철·유근준, 2020).

사회적 가치와 함께 성장하는 전통시장의 미래

  전통시장과 사회적 기업의 결합은 단순히 상업적 전략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적 구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공정무역을 통해 세계와 연결되고, 마을기업을 통해 지역 주민이 중심이 되며, 협동조합을 통해 상인들이 함께 성장합니다.

  정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역시 이러한 흐름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입니다. 교육 프로그램, 자금 지원, 마케팅 인프라 구축 등은 사회적 기업과 전통시장의 결합을 뒷받침합니다. 동아일보는 2024년 보도에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만두 청년 창업 사례를 소개하며, 전통시장에서 청년 상인과 사회적 기업이 상생하는 흐름이 확대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동아일보, 「세계 입맛 사로잡은 노점 만두… 전통시장과 청년상인의 상생」, 2024.12.13).

  앞으로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사회적 문제 해결과 공동체 회복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공공적 장터로 발전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시장의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공정무역·마을기업·협동조합이 함께 만들어 가는 새로운 시장 생태계는 지역 경제와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력을 확산시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