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경쟁력의 핵심, ‘고객의 발걸음’을 읽는 시선
전통시장은 오랜 세월 지역경제의 중심이었지만, 온라인 쇼핑몰과 대형 유통시설의 확산으로 변화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제 시장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은 단순한 상품 경쟁력이 아니라 ‘고객의 이동 흐름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전통시장 디지털 혁신 가이드라인」(2024)에 따르면, 고객 동선 재설계 사업을 시행한 시장의 평균 매출이 약 22% 증가했습니다. 이는 상품 구성보다 시장 구조와 동선 설계가 소비 행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전통시장의 공간은 이제 단순한 판매 구역이 아니라, 고객 체험을 설계하는 ‘움직이는 마케팅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고객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것이 매출의 출발점
전통시장은 대형 쇼핑몰처럼 정형화된 통로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시장 특유의 곡선형 골목, 다양한 냄새, 소리, 조명이 고객의 이동을 유도합니다. 한국유통학회(2023)의 「소비자 행동 패턴 기반 시장 공간 분석 연구」에 따르면, 고객의 70%가 첫 3분 내에 동선을 결정하고, 진입 초입에서 받은 인상이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직선형보다 곡선형 통로와 코너형 구조가 고객의 체류 시간을 길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곧 시장의 ‘길’이 단순한 통행로가 아니라 감각적 체험의 무대가 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즉, 향기·조명·사운드 같은 감성 요소가 결합될 때 비로소 고객의 발걸음이 머무르게 됩니다.
동선 개선으로 실질적 성과를 낸 현장 사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2024) 사례집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의 한 시장은 입구 근처 생선 판매 구역의 냄새로 방문객이 감소하자 동선을 재배치했습니다. 청과 코너를 전면부로 옮기고 시식형 반찬가게를 중심 구간에 배치하자, 체류 시간이 20% 이상 증가하며 매출이 눈에 띄게 상승했습니다. 부산광역시(2024)의 「시장활성화 백서」에서는 AI 기반 유동 인구 분석 시스템을 도입한 전통시장이 청년상점과 노포의 교차 배치 전략으로 방문객 수를 1.4배 늘린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이처럼 데이터 기반 동선 설계는 감에 의존하던 시장 운영을 ‘과학적 운영’으로 전환시키는 실질적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동선 최적화 전략
대규모 장비 없이도 상인회와 개별 상점이 실천할 수 있는 동선 최적화 방법은 다양합니다. 첫째, 시장 입구에는 ‘유입 자석’ 역할을 하는 시각적 요소(향, 조명, 시식 부스 등)를 배치합니다. 둘째, 고객이 잘 가지 않는 회피 구간에는 포토존이나 행사 부스를 설치해 시선을 끕니다. 셋째, 먹거리 부스는 중심부에 배치해야 고객의 체류 시간이 길어집니다.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2023)의 「전통시장 공간 디자인과 고객 체류 시간 연구」는 중심부 휴게공간을 마련한 시장의 평균 체류시간이 1.7배 길다고 보고했습니다. 넷째, 고령층 고객을 위해 벤치·그늘막 등 휴식 공간을 늘리고, 마지막으로 **간단한 고객 동선 기록 시스템(CCTV·설문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문 경로를 점검하면 시장 운영 효율을 정량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길을 다시 설계한다는 것의 의미
전통시장은 상품보다 ‘사람의 발걸음’에서 시작합니다. 고객이 어디서 멈추고, 어떤 길을 선택하며, 무엇을 보고 머무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매출 전략의 핵심입니다. 동선은 단순한 통행 경로가 아니라, 시장의 스토리와 감성이 오가는 통로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2024)는 향후 시장 활성화 정책의 중심을 ‘공간 데이터 기반 운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상인회와 지자체가 협력해 시장의 입구부터 출구까지를 ‘고객의 시선’으로 다시 걸어본다면, 전통시장은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시장의 재도약은 결국 길 위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