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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노포 상점 보존 사업의 방향성과 과제 (생활유산 · 세대전승 · 지속가능성)

by 시장 상인 다복 2025. 10. 30.

전통시장 노포 보존 사업 관련 이미지

지역 기억이 머무는 공간, 노포의 의미

  노포(老鋪)는 단순히 오래된 가게가 아니라 한 세대의 생활문화가 응축된 장소입니다. 메뉴, 인테리어, 손맛, 장인의 기술이 지역 정체성과 결합되어 전통시장과 골목의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서울시의 「노포 보존 및 지원사업 운영계획(2024)」에 따르면, 서울 내 30년 이상 영업 중인 노포는 약 4,200곳으로 집계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전통시장 내에 위치합니다. 이러한 공간은 단순한 영업장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기억과 감정이 켜켜이 쌓인 문화적 자산으로 평가됩니다. 부산시 역시 2025년까지 100개 이상의 지역 노포를 기록·보존하는 ‘부산 노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문화재청은 생활문화유산의 보존 대상에 일부 노포형 공간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서울시 노포 보존 계획”, 2024; “부산 노포 발굴사업”, 2025).

노포 보존 사업의 확산과 지역별 추진 현황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2018년부터 「백년가게 지정사업」을 통해 30년 이상 지속 영업 중인 점포를 지원해왔습니다. 2025년 기준, 전국 1,350곳이 지정되었으며, 외관 개선, 메뉴 브랜딩, 홍보 영상 제작 등 사업화 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백년가게 지정 현황”, 소진공, 2025). 서울시는 ‘백년가게+백년의 맛’ 캠페인을 통해 관광형 시장 투어와 연계한 노포 지도 제작을 추진했고, 대구시는 ‘노포 기록 아카이브 사업’을 통해 장인의 인터뷰와 조리 과정을 디지털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전주시는 ‘노포+청년 리모델링 프로젝트’로 청년 디자이너가 참여해 공간을 재구성하는 시범사업을 운영 중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과거의 가게를 단순히 ‘보존’하는 단계를 넘어, 세대 간 협업과 문화 콘텐츠화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제도적 한계와 현장의 목소리

  노포 보존 사업은 의미 있는 시도이지만, 아직 제도적 기반이 미비합니다. 우선 ‘노포’의 정의와 지정 기준이 지자체마다 달라 전국 단위 통합 관리가 어렵습니다. 서울시는 “30년 이상 영업, 동일 품목 유지”를 기준으로 삼지만, 타 지역은 “지역 대표성”이나 “기술 전승 여부”를 포함하기도 합니다. 또한 고령 상인의 은퇴로 인한 후계자 부재가 가장 심각한 과제로 꼽힙니다. 통계청 「소상공인 실태조사(2024)」에 따르면, 60세 이상 점포 운영자의 비율은 전체의 46.8%로, 10년 전보다 13%p 증가했습니다. 이는 노포의 세대 단절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도 원형 보존과 현대화의 균형이 논쟁이 되고 있으며, 일회성 예산 지원 후 장기 운영 관리가 부재하다는 점도 개선이 요구됩니다(“소상공인 실태조사”, 2024).

지속 가능한 보존을 위한 전략

  노포 상점을 지속 가능한 문화자산으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 국가 단위 기준 정비입니다. ‘백년가게’, ‘기술 노포’, ‘문화 노포’ 등 유형별 인증 체계를 표준화해 혼선을 줄여야 합니다. 둘째, 세대교체형 협업모델 구축입니다. 청년 인턴십과 공동운영제 도입을 통해 노포 장인의 기술을 전수하고, 청년창업자와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브랜드 상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셋째, 디지털 아카이빙과 관광 연계 강화입니다. 문화재청은 2025년부터 지역 생활유산을 디지털로 기록·공개하는 ‘생활문화DB’를 운영할 예정이며, 일부 노포도 이 시스템에 포함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노포의 기술, 사진, 인터뷰, 지도 데이터가 온라인에서 검색·체험 가능한 자원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문화재청 생활문화DB 구축계획”, 2025).

기억의 경제, 노포의 미래

  노포는 단순한 상업공간이 아니라 한 지역의 정체성과 기억을 이어가는 살아 있는 생활문화 아카이브입니다. 단기적인 보조금보다 ‘운영자 세대교체 + 지역 문화자원화’의 구조적 지원이 필요하며, 지자체·상인·청년이 협력하는 ‘노포 상생 플랫폼’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5년부터 ‘백년가게+청년동행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노포의 브랜드화와 세대 연속성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결국 노포 보존은 과거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한 골목의 간판을 지켜내는 일이, 다음 세대의 도시 정체성을 지켜내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