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관광지 이미지 뒤에는 여전히 제주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전통시장은 단순한 장보기가 아닌, 제주도의 민낯과 일상의 리듬이 살아 있는 장소입니다. 이 글에서는 제주도 소재 제주 동문시장,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그리고 제주시 조천읍 제주 민속5일장을 중심으로, 관광지라는 외피에만 갇혀 있지 않은 진짜 제주의 단면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관광지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것들
제주도를 처음 찾은 여행자들은 보통 바다, 카페, 유명 관광지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 바깥 또는 그 이면에는 여전히 삶의 체온이 오롯이 남은 ‘시장’이라는 공간이 존재합니다. 복잡하고 정제된 여행이 아니라, 조금은 덜 포장된, 그래서 더 따뜻한 제주의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토박이들이 찾는 시장을 찾아 그 정취를 느끼며 산책하듯이 걷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습니다.
제주 동문시장: 밤에도 분주한 시장
제주도 제주시 소재 제주시 동문시장은 1945년 개설된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중 하나입니다. 상설 시장, 수산 시장, 야시장, 청년몰 등 다양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관광객과 도민 모두의 필수 방문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건 제주 바다에서 막 잡아온 해산물들입니다. 방어, 고등어, 뿔소라, 전복, 성게 등 싱싱한 어패류가 좌판에 가득하고, 특히 제주식 푸짐한 회 포장 문화 덕분에 관광객도 쉽게 신선한 회를 푸짐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시장 내부에는 한라봉, 감귤, 오메기떡, 옥돔, 갈치 같은 제주 특산물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으며, 돔베고기, 고기국수, 특색 있는 톳 김밥과 전복 김밥 등 지역먹거리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매일 저녁 6시 또는 저녁 7시(동절기에는 저녁 6시, 하절기에는 저녁 7시)부터 운영되는 '동문 야시장'은 제주시 동문시장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흑돼지 철판구이, 흑돼지 또띠아, 사과수박주스, 한라봉주스, 닭강정, 즉석 갈치회와 딱새우회, 쫄면구이 등이 주요 메뉴로, 청년몰에서도 느낄 수 있는 젊은 세대의 감성과 전통시장의 정서가 공존하는 풍경을 만듭니다. 이렇듯 동문 야시장 골목에서는 불빛과 음악, 사람들의 말소리가 뒤섞여 제주 밤의 활기와 따뜻함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결국 제주시 동문시장은 단지 쇼핑의 공간을 넘어, 제주의 일상이 가장 진하게 남은 문화적 거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귤과 사람의 온기
제주도 서귀포시의 중심부에 자리한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상설 시장입니다. 시장 입구에는 제주 감귤, 천혜향, 한라봉, 레드향이 종류별로 진열돼 있고, 직접 키운 농민들이 시식과 판매를 병행해 신뢰도가 높으며, 대면하여 흥정하는 쇼핑 경험 자체의 생동감도 넘치므로, 종합적으로 만족도 높은 쇼핑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시장 중심지에는 즉석 먹거리 코너가 모여 있습니다. 흑돼지 꼬치구이, 흑돼지 강정, 대게 그라탕, 문어빵, 마농치킨, 감귤주스 등 3,000~5,000원대의 부담 없는 가격으로 간단한 식사를 해결할 수 있고, 그날의 허기를 달래기에 충분한 향토 간식들이 가득합니다.
시장 안쪽에서는 수산물로 만든 반찬, 흑돼지 육가공품, 유채꽃 테마 소품 등 제주 특유의 감성을 반영한 상품들이 다채롭게 판매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매일올레시장의 강점은 '정감 있는 응대'입니다. “귤 한 봉 더 줄게요”, “따뜻한 차 한 잔 드셔보실래요?” 같은 인사가 시장 구석구석에서 오가는데, 관광지로서의 제주도에서는 외지인이 쉽게 듣기 어려운 진짜 제주 사람의 사투리와 말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시장 주변에는 위대한 화가 이중섭을 기리는 이중섭 거리, 천지연 폭포, 칠십리 해안 등이 가까워 도보로 쇼핑과 관광을 함께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제주 민속5일장: 진짜 제주도 사람들의 장날
제주 민속5일장은 제주시 조천읍에서 2일, 7일마다 열리는 제주 최대 규모의 5일장입니다. 관광지의 주조된 면모보다는 제주도에 거주하는 분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이곳은, 외지인의 눈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을지 몰라도 ‘진짜 제주도 생활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귀중한 공간입니다.
장날 아침, 트럭에서 내리는 감자와 배추, 흙 묻은 돌미나리, 손으로 묶인 고사리 다발. 비닐 대신 신문지에 싸여 있고, 바구니 속에 가득 담긴 채소들은 포장보다 정직함을 우선합니다. 할머니가 담근 조청, 약초꿀, 오메기떡, 청국장도 여느 유통망에 의하여 우리 손에 들어오는 것에 비하여도 대체로 훨씬 진한 맛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장터 중간중간에는 소라구이와 메밀전, 빙떡, 몸국 등을 파는 노점이나 점포가 여럿 자리하고 있으며, 시장 바닥에 놓인 평상과 나무 벤치는 물건보다 ‘삶의 리듬’을 파는 공간으로 느껴집니다. 관광객에게는 낯설 수 있지만, 잠시만 머문다면 금방 알게 됩니다. 이곳은 사진보다 냄새와 말소리, 손맛이 더 중요한 공간이라는 것을. 오일장은 단순한 전통이 아니라, 진짜 제주도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 그 자체입니다.
제주도의 진면목을 느껴볼 수 있는 전통 시장
제주도 관내 전통 시장은 관광객을 위해 꾸며진 공간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제주도 사람들의 손길과 시간이 켜켜이 쌓인, 날것 그대로의 공간입니다. 제주 동문시장의 밤 불빛,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의 감귤 향, 민속오일장의 고사리 냄새. 모두가 짧은 여행보다 더 오래 기억될 진짜 제주도의 일부입니다. 이번 제주여행에서는 바다를 보기 전, 시장 골목부터 먼저 걸어보시길 권합니다. 제주 사람의 삶이 살아 있는 그곳에서, 사진보다 더 깊은 풍경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