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은 도시의 열기를 피해 새로운 경험을 찾는 계절입니다. 많은 여행객들이 산과 바다, 계곡으로 떠나지만, 사실 가장 가까운 일상의 풍경 속에서 계절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바로 전통시장입니다. 특히 강원도의 봉평5일장과 양양전통시장은 여름철 제철 음식, 여행 코스, 한적한 여유라는 세 가지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두 시장의 장날과 특징을 정리하고, 여름 시장이 주는 진정한 가치를 살펴보겠습니다.
봉평5일장 – 메밀 음식으로 여름을 채우다
봉평5일장(끝자리가 2일, 7일)은 강원 평창군 봉평면에서 열리는 대표 오일장으로, 약 100여 개 점포와 좌판이 시장을 채우고 있습니다(평창군청, 봉평5일장 안내, 2023). 특히 봉평은 메밀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어, 여름철 시장에 들어서면 메밀국수, 메밀전, 메밀만두와 같은 음식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메밀의 담백한 맛과 시원한 국물은 여름 무더위를 잊게 하고, 직접 삶아내는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맛보는 국수 한 그릇은 여행의 특별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봉평5일장은 단순히 먹거리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강원 산지에서 갓 딴 산나물, 감자, 옥수수 같은 농산물이 흙 묻은 채로 진열되어 있어 신선함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또한 봉평이 문학적으로도 유명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시장 방문은 자연스럽게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속 배경을 떠올리게 합니다(강원관광재단, 2023). 장날에는 문학 축제와 연계한 프로그램이 열리기도 하여, 문화와 먹거리, 여행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양양전통시장 – 바다와 산이 만나는 여행길
양양전통시장(상설시장, 매일 운영 / 5일장은 끝자리가 4일, 9일)은 해풍이 드는 동해안에 자리해 여름철 신선한 농·수산물이 풍부합니다(양양군청, 관광 안내, 2024). 오징어, 광어, 전복 같은 해산물은 물론 오이, 가지, 고추 등 여름 채소들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어 장바구니가 금세 가득 차게 됩니다. 특히 시장 특유의 합리적인 가격은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포인트입니다.
양양시장은 여행 코스로서의 가치도 큽니다. 설악산 국립공원과 낙산사, 하조대 해변 등 관광지가 가까워, 장날 시장을 들른 뒤 자연과 해안을 함께 즐기는 일정이 자연스럽게 완성됩니다. 시장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구입한 뒤 인근 숙소에서 직접 요리하거나, 현장에서 회를 맛보는 여행자들의 후기는 양양시장을 여름 명소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지역N문화 자료에서도 양양시장이 20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오며 농수산물 교역지로 기능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지역N문화, 2018). 이러한 오랜 전통과 현대적 관광 요소의 결합은 시장을 더욱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듭니다.
여행 코스로서 전통시장의 가치
전통시장은 이제 단순한 구매처가 아니라 여행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봉평시장은 메밀꽃밭, 이효석 문학관, 흥정계곡과 연계된 코스로 인기 있고, 양양시장은 설악산과 동해안 해변과 가까워 자연스레 여행 동선에 포함됩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아와 시장에서 지역 음식을 맛보고, 주변 관광지에서 여가를 즐기는 일정이 반복됩니다.
관광학 연구에서도 전통시장이 지역 관광지와 연계될 때 체류 시간을 늘리고 소비를 확장하는 효과가 크다는 점이 강조된 바 있습니다(한국관광공사, 「전통시장과 지역관광 활성화 보고서」, 2022). 여름철 전통시장은 단순한 먹거리 공간을 넘어 관광객이 지역과 연결되는 접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한적함과 여유가 주는 힐링
도심의 혼잡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시골 시장은 여름철 최고의 피난처가 될 수 있습니다. 봉평5일장은 장날에는 북적이지만, 평소에는 한적하게 상설점포만 운영되어 느긋한 산책이 가능합니다. 시장 주변의 작은 골목길, 산책로, 계곡길은 도시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속도의 변화를 선사합니다.
양양전통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장날이 아닌 평일에는 소소한 생활 장터로서 주민들의 삶을 보여주고, 여유로운 풍경을 제공합니다. 시장 안에서 상인과 나누는 대화, 소소한 구매 경험은 ‘여행’이라기보다 ‘삶의 한 장면’을 체험하는 것과 비슷한 울림을 줍니다.
이러한 한적함은 여름철 여행의 또 다른 가치를 만듭니다.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보다 시장 골목에서 우연히 마주친 풍경, 낯선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경험을 얻게 됩니다.
여름 전통시장이 남기는 의미
봉평5일장과 양양전통시장은 여름철 제철 음식, 여행 코스, 한적한 여유를 모두 제공하는 대표적인 시장입니다. 두 시장을 비롯한 뭇 여름철 전통시장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관광객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앞으로도 전통시장이 많은 방문객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장날 일정의 홍보 강화, 청년 상인 참여 확대, 청결·위생 관리의 현대화가 필요합니다. 또한 지역 축제, 문화 행사와의 연계를 강화해 여름 시장을 ‘먹거리+문화+여행’ 복합 공간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여름의 시장은 단순한 장터가 아니라, 지역의 삶과 풍경을 담은 기록의 장입니다. 한 그릇의 메밀국수, 싱싱한 해산물 한 접시, 상인과의 대화 속에서 우리는 여름을 새롭게 만납니다. 이번 여름에는 도시의 더위를 피해, 봉평과 양양의 시장에서 진짜 여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